가브리엘 오보에(Gabriel’s Oboe)는 1986년 영화 ‘미션(Mission)’의 메인 테마곡이다. 영화를 본 후 언젠가 오보에로 연주를 해봐야겠다는 막연한 소망이 있었다. 그런데 2016년 봄 운 좋게 지역 문화교실에서 오보에와 비슷한 클라리넷을 레슨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어 수강생으로 등록하였다.

수강생은 대부분 초·중등 학생이었다. 학생 때 배웠던 음악 이론이 잊혀진지 오래되어 오선지의 음표도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 굳어진 손가락으로 클라리넷 운지법을 익히려니 열 손가락이 마음먹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아 여간 쑥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목관악기의 특성상 호흡법도 중요한데 한동안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소리조차 내지 못하거나 소리를 내더라도 ‘삑-’하고 바람 새는 소리만 나와 악기 배우는데 소질 없는 사람으로서 괜한 일을 시작한 건 아닌지 주눅들 때도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간 레슨을 받았는데 이런 저런 행사를 핑계로 빠지는 경우도 많았고 매일 꾸준히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함께 시작한 초등학생들보다 연주 실력이 형편없었다. 그래도 1년 동안 클라리넷과 인연을 이어가니 짧은 동요 정도는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레슨 2년차에도 연주 실력은 늘지 않아 새로 수강생이 된 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여전히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난생 처음 교회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특혜를 얻었다. 단원으로 여러 달 동안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 매주 수요일 저녁 1시간씩 연습하게 되면서 음악이 주는 선물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었다. 다양한 악기의 연주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고 화합하는 과정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음악은 스트레스 해소, 집중력 향상, 우울증이 해소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음악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악기를 연주하여 나와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늦게 시작하였지만 영화 미션의 테마곡을 연주하는 날이 곧 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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