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 변호사(서울대사법대학원 11기), 청람

제목을 보고 내용이 고리타분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의 주장은 과감하여 인론(人論)에서는 해외시장을 통한 인재수입을 요청한다. 흥성했던 고대국가들은 모두 그러했다고 한다. 천론(天論)에서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를 들어 불가능에 도전하는 인간의 자세를 상찬한다. 지론(地論)에서는 국경의 가치, 해양력(海洋力)의 효용, 동맹의 사활적 중요성에 관해 서술하는데 자연히 오늘의 시국에 대입하여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많은 역사서들이 주로 성공의 조건을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저자는 특히 멸망의 조건을 밝혀보려고 애쓰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가의 내분은 일종의 생리현상이지만 경쟁자들이 승부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패자부활전의 소모적 분쟁을 계속하는 것이 국가멸망의 조건이라고 지적하는 데 이르러서는 잠시 숙연해지기도 한다. 다만 그 승복은 승자의 포용과 패자의 기한부·사안별 승복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한계를 설정한다. 패자의 승복이 없으면 국가는 모든 힘을 끊임없는 승부에 소진하여 결국 멸망의 길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고 지적한다. 법관의 본업에서 평생 한눈을 팔지 않으려 애쓴 필자가 25시의 시간에 꾸준히 사색했던 통찰의 자취가 점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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