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재판 독립성 보장 통한 국민 권리 증진 위해 심도 깊은 논의 필요성 주장
“대통령과 대법원장 권한 아직 거대 … 권력분립제 별도로 확립할 필요성 있어”

정부 개헌안이 지난달 28일 발의됐다. 법조계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대법원장 권한 등 문제로 인해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퍼져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정부 개헌안은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마무리하지 않은 부족한 개헌안”이라면서 “당사자인 법원과 재야 법조계가 참여하지 않고 국회 주도로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변협은 국정 운영 기본 시스템을 바꾸는 일인 만큼 학계·정계·시민단체 및 국민과 함께 기간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개헌안 표결을 5월 24일까지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다. 여야는 본격적으로 개헌안 협상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다.

특히 대통령 권한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변협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 권한 또한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개헌안에 따르면, 대통령이 대법관추천위원회 9명 중 3명을 지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아울러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대법원, 감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에도 권한을 갖고 있다. 이에 중립성을 유지해야 할 기관에 대통령의 입김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재판뿐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정부는 헌법재판관을 연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문제를 키웠다.

‘제왕적 권한’은 대법원장에게도 존재한다. 대법원장도 역시 대법관추천위원회 중 3명을 지명할 수 있다. 현행법상 대법원장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지명권 등도 가지고 있다.

이런 대법원장의 권한은 대법관회의에서도 이어진다. 변협은 “정부 개헌안에서 대법관회의라는 것은 대법원장을 다른 말로 표현한 것과 다름 아니다”라면서 “여전히 대법원장 권한이 막강하게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개헌안에서는 대법관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중 3명을 선출하고, 법관인사도 대법관회의에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대법관회의에서는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도 선출한다.

변협은 “대법원장 1인이 사법부를 지배하는 체제에서 벗어나 법관이 독립적으로 재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변호사, 법관 뿐 아니라 시민대표 등을 대법관후보선출위원회 및 법관인사위원회에 포함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개헌안은 ‘대통령 4년 연임제’라는 논란의 씨앗을 던졌다. 대통령 권한이 여전히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그 권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이다.

이번 개헌안 발의 또한 대통령 비서실에서 주도했으며, 국무회의에서는 1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에 개헌안을 논의하는 등 많은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각 부의 자율적 정책 결정 및 집행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드러난 것이다.

변협은 권력 남용 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도록 권력분립제를 별도로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을 독립시키고 지방자치를 강화하며, 국무위원 중 3인 이상은 국회에서 선출한 자로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또한 변협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장관제를 주장한 바 있다. 장관이 소관사무 처리에 관해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장관에게 권한과 재량성을 높여주는 대신 국민에 대한 책임을 수반하게 하여 책임성, 전문성, 민주성이 제고되도록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없애기 위해 국민 주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나온다. 정부는 국민소환제, 국민발의제를 통해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한계를 보완코자 했다. 다만 정부가 주장한 국민소환제는 변협과는 달리 그 대상을 국회의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변협은 광역시장 등 선출직 공무원을 모두 대상으로 했다. 개헌안 발의주체도 정부는 현행대로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만 가능케 했으나, 변협은 국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택했다.

 

검사 영장청구권 폐지, 국민 기본권과 직결돼 문제

정부 개헌안에는 현행 헌법 제12조 제3항, 제16조 등에서 영장청구 주체를 명시한 부분을 삭제했다. 검찰이 지닌 영장청구권을 없앰으로써 사법개혁을 꾀하겠다는 의중이다.

김현 협회장은 “검찰의 영장청구권 제도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뿐만 아니라 가장 근본적 가치인 인간의 존업성 보장 및 행복추구권 등과도 직결되어 있는 것”이라면서 “다른 기관에서까지 영장청구가 가능해지면 무분별한 영장청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헌법재판소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에 대해 “수사단계에서 무분별한 영장 신청을 막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방지하고자 한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변협은 지난달 23일 개최된 사개특위에서도 “검찰의 영장청구권제도는 이중삼중의 장치로써 이를 통제, 견제하는 것이 지나치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변협은 헌법 주체를 국민이 아닌 사람으로 대체한 것에 대해서 “‘사람’이라는 표기가 무슨 특별한 의미로 헌법 조문에 등장한건지 의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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