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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나침반]법의 한계에 대하여
오세혁 중앙대 법전원 교수  |  ohsehyuk@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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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호] 승인 2018.03.26  09: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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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국가는 법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그 법은 우리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간에, 우리들의 모든 생활영역을 지배하려 한다. 밀레니엄의 법학자 켈젠(H. Kelsen)이 적절하게 지적했다시피, 만지는 것마다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만들었다는 미다스왕의 손처럼 법은 자신이 규율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현실의 법은 곳곳에서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데, 법의 규범적 한계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자유이다. 법은 개인의 자유를 정당한 사유 없이 자의적으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이 그 속성상 법을 통해 개인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할 위험은 상존하며, 실제로도 종종 침해하고 있다. 특히 법은 지난날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거나 개입하려 해도 개입할 수 없다고 여겨 개입하지 않았던 개인의 사적 영역, 그중에서도 성생활(性生活)의 영역에 대해서 끊임없이 개입하려 한다. 성매매, 동성애에 대해서 국가권력은 법을 통해 규제의 손길을 뻗치며 낙태, 부부강간에 대해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과시하려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그러한 법은 그 정당성에 대하여 의문을 품게 만들 뿐 아니라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상징입법에 그치고 만다.

요즈음 성(性)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더 이상 사적 문제에 머물지 않고 공적 문제로서 공론의 장에서 법의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듯하다. 물론 공적/사적 영역의 전통적인 구분이 오늘날에도 타당한지에 대하여 논란이 적지 않지만, 사적 영역을 대표하는 사생활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법의 한계 영역이다. 각자가 외부로부터 분리되어 자신만의 세계에 은거할 수 있고,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사적 공간의 보호 없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나 행복추구권이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생활을 비롯한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권력의 전방위적인 개입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권력의 행사는 법의 형식과 내용을 통해 당초의 의도와 전혀 다른 의미와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국가의 개입이 공동체 구성원들의 행복과 복리를 증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나아가 개인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국가가 부담해야 할 몫의 증대를 의미한다. 이는 당연히 추가적인 인적, 물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이는 세금의 형태든지 아니면 공적 부조나 사회보험의 형태든지 간에 결국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더욱 더 우려스러운 것은,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의 확대는 국가권력의 비대화를 초래하여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이상적인 평형상태를 무너뜨릴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에 있다. 국가는 지원해주고 보호해주는 만큼 개입하고 간섭하기 마련이다. 거대공룡이 된 국가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과시하기 위하여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의 권력을 우리가 원치 않는 경우에도 행사하려 들 것이다. 국가와 법은 우리가 원하는 경우에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만 개입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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