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제배달 수사의 개념과 필요성

마약류가 합법적인 화물처럼 포장되어 대한민국 국경을 넘어왔고, 해당 사실을 관계 당국이 인지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만약 수사기관이 마약류 운반책을 곧바로 검거한다면 범행을 주도한 배후 인물들까지 모두 소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마약 조직은 자신들과 관련 없는 제3자를 운반책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제적 마약 밀매의 특수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통제배달(controlled delivery)이라는 수사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관계 당국이 위 수사 기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면, 관련 기관들은 마약류를 일단 예정된 경로대로 통과시킨다. 그 후 수사기관은 해당 화물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통제 및 감시하면서 이동경로를 추적하여, 최종 수취인과 주범들 모두를 검거하는 것이다.

 

2. 통제배달 수사의 연혁과 현황

통제배달은 1998년의 ‘마약 및 향정신성물질의 불법거래방지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그 후 2000년의 ‘국제연합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 협약’과 2003년의 ‘국제연합 부패방지협약’에서도 계속 다루어졌다.

유럽연합 차원에서의 통제배달은 ‘쉥겐협정이행협약’에서 처음으로 규정되었고, 이후에도 다른 협약들을 통하여 계속 논의되었다.

유럽의 통제배달은 위 쉥겐협정의 발효에서 촉진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쉥겐협정은 회원국 간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기에, 국가 간의 법집행이 상호 협조되어야 할 필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위 수사기법은 다양한 조직범죄수사 등에 이르기까지 그 사용이 확대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유럽에서는 인신매매 범죄 등의 수사에는 통제배달 수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 경우의 통제배달 수사는 피해자의 신변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통제배달은 해당 금제품을 안전한 물품으로 대체한 후 수행하는 클린(clean)형 방식과 해당 금제품을 그대로 두고 진행하는 더티 또는 라이브(dirty or live)형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참고로 라이브 방식의 통제배달은 수사 도중에 금제품을 잃어버릴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클린형 통제배달이 선호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통제배달은 다양한 특별 수사기법(전자감시 또는 위장수사 등)과 함께 사용되는 특징이 있다.

 

3.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나라는 위 1998년 유엔협약의 체약국으로서, 통제배달 수사의 기초를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에 두고 있다.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은 통제배달을 적극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정한 요건하에 마약류 등이 반출 또는 반입될 수 있게 규정하여 위 수사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2013년에 통제배달 수사와 관련된 판결을 선고하였다(2013. 9. 26. 선고 2013도7718 판결).

위 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세관 직원은 국제우편물에 대한 엑스선 검사를 하던 중 이상한 물건을 발견하였고, 이에 영장 없이 해당 물품의 성분 분석을 하여 마약류임을 확인하였다. 이후 수사기관은 영장 없이 통제배달(라이브 방식)을 통하여 피고인을 검거하였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관세 직원이 우편물을 대상으로 행한 ‘개봉, 시료채취, 성분분석 등의 검사’를 관세법에 근거한 행정조사라고 보아 영장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통제배달 과정에서 수사관이 사실상 해당 우편물의 점유를 확보한 것’ 관련하여, ‘이는 수취인을 특정하기 위한 특별한 배달방법에 해당하므로 강제처분으로서의 압수라고 볼 수 없다’라고 보았다.

최근 대법원은 통제배달과 관련해 또 하나의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4도8719 판결).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검사는 ‘피고인이 항공특송화물편으로 필로폰을 수입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미국 수사당국과 인천공항세관의 협조로 통제배달 방식으로 범인을 검거하고자 하였다. 세관공무원은 해당 화물을 자신의 사무실로 가져왔고, 필로폰을 발견하였다. 검찰수사관은 영장 없이 위 마약류 등을 세관공무원으로부터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은 후 대체 화물을 통한 통제배달(클린 방식)을 하였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수출입물품에 대한 통관 등을 목적으로 조사를 하는 경우(2013년 대법원 사안)’와 ‘처음부터 구체적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특정한 물품을 개봉하여 검사하고 그 점유를 취득한 행위’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는 범죄수사인 압수 또는 수색에 해당하기에 영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대법원은 통제배달 수사의 적법성과 관련한 일정한 기준을 정립하였다. 2013년 판결은 관세법에 근거한 행정조사 논리로 해당 수사를 적법하게 보았다는 점이 특색이다. 또한 2017년 판결은 허용되지 않는 통제배달의 사례를 처음으로 정립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통제배달 수사방법의 등장 배경과 국제적 활용도에 비추어 볼 때, 향후 해당 수사기법과 관련된 쟁점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제배달 수사의 적법 기준을 보다 구체화 하여, 국제형사사법공조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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