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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나침반]사법부의 변혁, 이를 강하게 요구하는 우리 사회
이은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lek9146@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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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호] 승인 2018.03.19  10: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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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시청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과거 권위주의시대에 있었던 간첩단조작사건을 재조명하고 있었다. 장기형을 복역하여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진 피해자들은 최근 재심에서 고문으로 인한 허위자백이었음이 밝혀져 무죄선고를 받았다. 그들은 과거 법정에서 고문을 호소했으나 판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한 사건의 수사나 재판에 관여했던 전·현직 국회의원, 전 대법원장, 변호사가 인터뷰하러 찾아간 기자의 면담을 회피하거나 힐난하고 오히려 화를 내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문제는 그들의 태도였고, 그러한 태도에 공분하는 네티즌들이 많았다.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면 수사기록에 의존해 판단했던 한계를 인정하고 정중히 사과할 수는 없었을까. 오판에 대해 사과조차 않는 것이 판관의 권위를 지키는 길인가?

법학에 입문할 때 법학도들은 법이 달성하려는 목적 즉 법의 이념에 대해 배운다. 독일의 법철학자 라드브루흐는 그것으로 정의, 합목적성(구체적 타당성), 법적 안정성을 들었고, 이내 통설이 되었다. 법적용의 결과물인 판결은 어떠해야 하는가? 정의 관념에도 부합해야 하지만, 법률관계의 지속성, 안정성을 해치지 않아야 하며, 구체적 타당성이 있어(경우에 맞아서)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실체적 진실에 어긋나거나 타당성 없는 판결이 선고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판관들은 공허한 이론, 법 문언에 매몰되거나 사리에 맞지 않는 ‘그들만의 판결’로 억울함을 양산하지는 않는지 늘 돌아보아야 한다. 일찍이 효봉스님은 오판을 뉘우치며 수도자의 길로 가지 않았던가.

법원행정의 후진적 사례를 하나 들어본다. 이사로 주소가 바뀌어서 상속받은 지방 임야의 등기명의인주소변경을 위해 서울 등기소에서 신청서를 작성, 제출하려다 소재지 등기소에 신청해야 한다는 이유로 접수를 거부당했다. 우편접수도 안 된다고 한다. 등기부상 주소하나 바꾸러 고향까지 내려가야 되는가? 외국공무원들이 견학까지 오는 최첨단행정전산망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사법행정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법정에서 판사의 고압적 언사가 여전히 문제되고 있다. 재판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업무요, ‘사법서비스’라는 인식의 부재에서 오는 현상이다. 사법권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임을 늘 생각하게하기 위해, 독일처럼 판결문 상단에 “국민의 명령(위임)으로 이 판결을 선고한다”고 기재해야 한다. 서열을 뛰어넘은 새 대법원장체제하에서 긍정적 변혁을 이루어 낼지 기대해 본다.

항공기 승무원, 자가용운전사 등의 갑질폭로에 이어 여검사의 성희롱폭로로 촉발된 ‘Me Too운동’은 사회 제 조직에서의 서열문화의 치부가 드러난 것이다. 반면, 유언에 기한 고 채명신 장군의 병사묘역안장은 서열에 기반한 현행 국립묘지 장사법제에 경종을 울린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전형이자 귀감이다.

성숙한 사회를 위해 저급한 인간성의 발로인 악성 조직문화부터 일신해야 한다. 1960년대 있었던 ‘도덕재무장운동’의 밀레니엄 버전으로 ‘공동선 사회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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