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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장의 편지]국민에게 다가가는 법령심사
김외숙 법제처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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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호] 승인 2018.03.19  10: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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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장으로 일하기 전에는 법제처에 대해서 법령을 검색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를 운영하고,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을 하는 기관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여기 와서 보니 법제처의 주된 업무,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가장 많은 인력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법령심사였다. 법제처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법률안뿐만 아니라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에 대해 심사한다. 각 부처는 분야별로 업무를 나누어 수행하기 때문에 여러 부처의 경험을 법제라는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총괄하기 위한 역할이 필요하다. 모든 법령을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법령체계에 부합되게 하고, 서로 상충·모순되지 않게 하며, 현실에서 올바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수정·보완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법령심사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덕목은 법령의 수범자인 국민이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법령의 구조와 체계, 문구를 다듬는 일이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쉽고 명확한 법령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한 사례로 지난해 사회적으로도 논의되었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의 심사사례를 들 수 있다. 공직자가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의례 등을 위해 받을 수 있는 경조사비의 가액범위를 화환·조화는 종전 10만원을 유지하되 축의금·조의금은 5만원으로 낮추고, 선물의 가액범위는 종전 5만원을 유지하되 농수산물 선물은 1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가액범위가 서로 달라진 축의금·조의금(5만원)과 화환·조화(10만원)를 같이 받거나, 농수산물(10만원)과 다른 선물(5만원)을 같이 받는 경우에는 가액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불분명해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심사과정에서 축의금·조의금, 일반 선물은 각각 그 한도인 5만원을 넘어서는 안 되되, 화환·조화, 농수산물을 같이 받는 경우에는 그와 합산할 때 1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또 하나는 작년 말 개정되어 금년 6월부터 시행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안 심사사례다. 현재 고속도로 1차로는 앞지르기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통행이 금지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고속도로의 통행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에도 허용하려는 것이 개정 취지다. 입법예고안은 ‘교통 정체로 최고 속도로 통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1차로를 통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교통 정체’의 기준이 불명확하여 운전자의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고, 추월차로의 기능이 무의미해지는 문제를 고려해, ‘차량통행량 증가 등 도로상황으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시속 80km 미만으로 통행할 수밖에 없는 경우’로 객관적인 기준을 도입했다.

법조계에서 이미 존재하는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일을 주로 하다 보면 법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이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최종적인 완제품으로서의 법령이 탄생하기까지는 물밑에서 국민을 위한 수많은 고려와 노력이 수반된다. 법제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법령심사를 하면서 오늘 내가 한 판단이 국민들에게는 태산 같은 무거움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법제를 만들어가기 위한 법제처의 노력은 오늘도 멈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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