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은 국가가 가진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이자 강제력으로서, 입법자의 입법수단 중 사회를 통제하기 위한 최후수단이다. 그러기에 죄형법정주의를 준수하여야 하고, 다른 수단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만 최후의 수단으로서 부과되어야 한다고 나는 법대 1학년 형법총론 시간에 배웠다.

그런데 개정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인 행정법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행정형벌에 대해 이러한 형벌의 보충성 원칙이 준수되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다소 의문이 든다. 과태료, 이행강제금 등 다른 행정질서벌로 충분히 목적 달성이 가능함에도 보충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국가의 행정력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서 제재를 형벌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복잡다단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현실에 맞추어 많은 행정행위가 필요하고, 그에 따라 부과되는 의무 이행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 이러한 행정의무 위반이 사회와 다른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도 계속 증가하고 있으므로 행정상 의무 위반에 대하여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무 위반행위까지 반드시 형벌로 처벌하여야 하는가란 의문이 드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데, 몇 가지 실례를 보면 ‘주차장법’은 부설주차장을 주차장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 ‘수산업법’은 포획·채취할 수 있는 수산동물의 종류가 정해진 허가를 받은 자가 혼획이 금지된 수산동물을 혼획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등의 법정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무 위반의 구성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지, 형사처벌 외에 다른 정책수단으로는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지 사실 의문이 들고, 형량도 같은 법정형(3년 이하의 징역의 경우)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상 사전수뢰죄, 범인은닉죄 등과 형평성 차원에서 적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현대 사회에서 중대한 행정상 의무 위반의 경우 자연인보다 법인이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인데, 법인에 대해 자유형 선고는 불가능하고 법인 입장에서는 과태료 1000만원보다 형벌인 벌금 500만원이 금전적 출혈이 적으니 더 가벼운 처벌일 것이다. 이러한 법인에 대해서는 행정형벌로 규정하는 것보다 행정질서벌인 과징금이나 이행강제금의 액수를 상향하는 것이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물론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랍시고 행정형벌과 행정질서벌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례가 많아지고 있으나, 보호법익과 행위태양이 같은 행위에 대한 형벌·질서벌의 병과 또한 엄격히 말하면 이중처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형벌의 보충성 원칙에도 반한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행정형벌이 꼭 필요하다면 ‘SCI 인용지수’처럼 개별 조문별로 실제 선고·집행된 행정형벌의 통계가 구축되어, 제재가 지나치게 과해서 현실에서는 한번도 적용되지 않은 불필요한 행정형벌은 과감히 행정질서벌로 전환하고, 의무 위반이 빈번히 발생하는 경우는 질서벌을 강화하거나 형벌로 변경하는 등 현실에 맞게 정비함으로써 행정형벌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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