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변호사 자격등록료 이원화와 전문분야 등록료 인하 등 추진
변호사 수 급증, 사건 수는 그대로 … 변호사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변호사업계가 벼랑 끝에 서있다. 사건 수는 그대로인데 변호사 수는 급증하고 있다. 변호사 간 빈익빈 부익부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가 벼랑 끝에 서 있는 변호사들을 위해 손을 내밀었다.

변협이 변호사 자격등록료 이원화를 추진 중이다. 판·검사, 장기 군법무관은 150만원, 재판연구원 포함 그 외 경우는 50만원을 납부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변호사 등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지난 5일 상임이사회에서 통과됐다. 해당 규정을 지난해 개정 전 내용으로 되돌리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변협은 변호사 자격등록료를 100만원으로 통일했다. 형평성에 어긋나고 분류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새로운 규정은 시행 이후부터 청년변호사의 어려운 형편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끊임 없이 제기됐다.

전문분야 등록료 인하도 추진 중이다. 전문분야별 등록료를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전문분야등록에관한규정’ 개정안도 이사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도 법조계에서는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형로펌 소득 일부를 재야법조에 환원하는 방안, 소득별로 회비를 달리 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다.

영국법정변호사회는 총 소득을 신고해야 매년 개업 허가를 받고, 소득별로 각기 다른 연회비를 낸다. 연 소득이 3만 파운드(한화 약 4435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123파운드(약 20만원)를, 24만1파운드(약 3억5600만원) 이상이면 1850파운드(약 275만원)를 내야 한다.

제49대 집행부는 지난해 특별연수·온라인연수 비용과 지방회 분담금 인하하는 등 회원 부담 경감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실행하기도 했다.

 

수임료 감소 … 착수금 없이 사건 맡기도

변호사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사건 수는 늘지 않고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7년 전체 사건 수는 1831만7691건, 2016년 1897만8570건이다. 반면 개업 변호사 수는 2007년 8143명에서 지난 7일 기준 2만332명으로 2.5배 늘었다.

변호사 1인당 사건 수는 크게 감소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자료에 따르면, 서울회 소속 변호사 1명당 한달 평균 사건 수임 수는 2011년 2.83건에서 2016년 상반기 1.69건으로 줄었다. 충북지방변호사회는 2007년 6.3건에서 2017년 약 3.5건으로 감소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소가가 큰 사건은 주로 대형 로펌에서 맡고, 대형 로펌 소속이 아니거나 전관이 아닌 변호사는 사건 수임도 어렵다.

지난해 10월 박광온 의원이 발표한 자료(상단 표)에 따르면, 2016년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변호사 연매출 평균은 4억 1200만원이다. 반면 국세청에 소득 신고된 4819명 변호사 중 18.49%(889명)는 월매출 200만원 이하다.

법률서비스를 무료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문제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국민을 돕기 위한 무료법률상담 등이 활성화되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법무부·변협·네이버가 운영하는 마을변호사제도로 인해 무변촌도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또한 각 지자체뿐 아니라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에서도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주고 있다.

한 중견변호사는 “전화가 오면 상담은 유료라고 미리 못박는다”라면서 “상담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각 사례에 맞는 법적 지식이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수임료도 줄어드는 추세다.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지방에서는 소가가 몇십억원에 달하는 사건이어도 수임료가 몇백만원에 그치는 등 수임료가 줄어들고 있다”라면서 “많은 후배 변호사가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개업 2년차 변호사도 “수임료가 낮아졌을 뿐 아니라 착수금조차 받지 않고 사건을 맡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취업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법전원 제도가 도입돼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나이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생겼다. 김진태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입학생 중 30세 이하는 82.4%다.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는 A 변호사는 “나이가 많아 취업이 어려워 대출을 받아 개업을 했지만, 개업 직후 몇 개월 동안 친구 사건 하나 수임한 것이 전부”라고 토로했다.

 

쉼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

과로에 시달리는 변호사도 많다. 지난해에는 대형 로펌 변호사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변협은 당시 성명서를 통해 “로펌 고용변호사 간 무한경쟁을 유도해, 고용변호사가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다면 근로착취이자 인권유린”이라고 질타했다.

많은 변호사가 식사 시간은 물론, 주말 내내 의뢰인 전화를 받고, 서면을 작성한다. 대형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의뢰인이 퇴근하면서 전화를 해 다음날 아침까지 답을 달라고 하면 밤을 새울 수밖에 없다”면서 “불규칙한 생활이 업계 관행이 돼 있다”고 전했다.

출산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 한다. 한 여성변호사는 “아이를 낳고 일주일만에 회사에 복귀해 일을 했다”고 전했다.

로펌에서 근무하는 한 중견 변호사는 “변호사를 하다보면 사건 기록에 파묻혀서 식사도 거르고 운동을 전혀 하지 못 하는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로 인해 과로로 몸이 안 좋아지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김현 협회장은 “많은 변호사가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해지고 청년변호사는 경제적 어려움에 괴로워하고 있다”면서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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