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 대학가는 졸업식과 입학식으로 분주하다. 이미 학부를 졸업한 로스쿨생들에게 졸업식 축사처럼 마냥 행복한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로 출범 10년째에 들어서는 현재의 로스쿨 체제가 아직 안정적인 정착을 하지 못하고 다양한 사회적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 먼저, 사시존폐문제를 둘러싸고 심화되었던 로스쿨에 대한 외부의 비판적인 시각이 아직도 엄존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외부의 지나친 관여를 통하여 로스쿨 자체의 자율적인 발전을 저해하게 한다.

가령, 최근 로스쿨 입시제도는 리트(LEET), 학점, 영어라는 정량적 요소가 강화되고, 전면적인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제 로스쿨 면접은 자신의 개성은 제외한 채 몇분 내에 당황하지 않고 답하는지 보는 지루한 과정이 되어버렸다.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는 요소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는 이해되지만, 이런 식이라면 형식적 평등주의로 인하여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기란 불가능해지는 게 아닌가 염려스럽다.

매년 번갈아 실시되는 로스쿨에 대한 교육부와 변협의 평가도 로스쿨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교육과정에서부터 교원의 연구성과 등 학사운영 전반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획일적인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대학의 다른 학문분야는 세계적 기준에 따라 경쟁하는데, 법학을 견인해야 할 로스쿨은 획일화의 늪에 빠진 것이 아닌지 두렵다.

두 번째로, 변호사시험의 합격선이 입학정원 대비 75%에 맞추어짐으로써 지속해서 합격률이 저하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미 변호사 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지만, 문제는 합격률이 전체 응시생의 50% 정도로 수렴되면서 로스쿨 교육이 제도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특성화나 실무수습 등의 다양한 과정을 소화할 여력이 없이 민형사 중심의 수험과목만 신경 쓰고, 늘어나는 재수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면서, 최근에는 재학생마저 학원 강의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우여곡절 끝에 폐지된 사법시험과 사실상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마지막으로 최근 각 대학마다 로스쿨에 대한 인력충원이나 재정적 지원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수년간 대학등록금은 동결되었고, 로스쿨은 가뜩이나 소수 정원에 고비용으로 낙인찍혀 있어서, 로스쿨 퇴임 교원의 후임을 뽑거나 장학금 30%를 유지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로스쿨이 자구책을 마련하려 해도 법학 연구용역에 대한 대가는 인색하고, 졸업생들의 기부를 바라기도 섣불러서 한계이다. 이대로라면 학문 후속세대 양성은 물론 제도 자체의 전망도 불투명해 보인다.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선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지만, 위기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애초에 미국식 제도를 좇아서 3년 내에 모든 과정을 해결하리라 기대한 것이 무리인지 모르겠다. 마냥 무책임하게 사법시험이 폐지되었으니 각 대학이 알아서 책임지라는 것은 모순을 심화시킬 따름이다. 당분간은 로스쿨이 법조인 양성이라는 공적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이후 로스쿨 제도에 있어서 자율성과 책임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는 남겨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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