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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다시 파산·면책을 생각하며
홍성준 변호사  |  sungjun.hong@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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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호] 승인 2018.03.12  09: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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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급격히 증가하여 지난해에 이미 1400조원을 넘어서 우리 경제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지속되어 온 양적 완화의 축소와 금리 인상도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전후방 관련 기업이나 고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몇 ‘중후장대형 기업’의 구조조정이 거듭 거론되고 있어서 자칫 채무 상환 능력이 취약한 채무자의 도산 사태가 우려된다고 한다. 개인 채무자의 도산절차를 생각해 보게 하는 시기이다.

주지하다시피, 개인 채무자가 과도한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산절차로는 개인회생절차와 파산·면책절차가 있다{개인도 회생절차(속칭 법정관리)를 이용할 수는 있다}.

보통 개인회생절차에서는 경제활동을 하는 채무자가 3년 동안 자기 수입 중에서 생계비 등을 제외한 가용소득으로 채무를 상환한 후 잔여 채무의 면책이 이루어지는 반면, 가진 재산이 없는 채무자가 주로 이용하는 파산·면책절차에서는 채무 상환 없이 면책이 이루어진다. 채권자는 법원의 감독하에 채무 상환이 이루어지는 전자의 절차를 당연히 선호하는 반면(작년 말 채무자회생법의 개정으로 변제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었으나, 현실적으로 가용소득 전부를 상환해야 하는 채무자로서는 3년도 여전히 큰 부담이다), 채무자는 채무 상환 없이 즉시 면책을 받을 수 있는 후자의 절차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도산절차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면서 정립·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회생절차와 파산·면책절차 가운데 어느 것이 도산절차의 기본이 되어야 할까?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파산·면책절차가 기본적인 개인 도산절차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개인회생절차의 도입 배경이나 그 절차의 특성, 즉 변제계획의 성립 과정에 채권자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변제계획 수행 완료 시 극히 제한적인 경위 이외에는 당연히 면책을 받을 수 있으며, 변제계획의 수행을 완료하지 경우에도 면책이 허용되고, 나아가 면책불허가 사유가 있더라도 재량에 기한 면책을 허용하는 등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개인회생절차도 파산·면책절차와 마찬가지로 따뜻한 피가 흐르는 육신을 가진 사람에게 새 출발의 기회를 주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채무자가 더 용이하게 면책을 받을 수 있는 파산·면책절차가 기본적인 절차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개인 채무자의 과도한 부채의 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채권자에 대한 협상력이 있어야 하는데, 채무자에게 파산절차를 통해서 용이하게 면책될 수 있다는 지렛대가 주어져 채무자가 협상력을 가질 수 있고, 많은 사건이 법원 밖에서 채무자가 채권자 간의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도산상태가 조기에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현재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개선된 것 같지 않은데, 2007년 파산 및 면책사건은 약 15만4000건, 개인회생 사건은 약 5만1000건이었으나, 작년에는 파산 및 면책 사건은 약 4만4000건, 개인회생 사건은 약 8만1000건으로, 파산 및 면책 사건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했을 뿐 아니라 개인회생 사건과의 상대적인 비율도 역전되어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현실이 바람직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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