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유명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 stein)이 권력을 이용하여 수많은 여배우 및 배우 지망생들을 성추행, 성폭행했던 사실이 폭로되면서 시작된 미투(#MeToo) 운동이, 우리 사회의 법조계, 문화예술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유명 시인, 문화예술계 인사들, 교수 등 소위 권력층이라 하는 이들의 행태에 대한 수많은 폭로에 이어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국민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줬다.

매일 쏟아지는 씁쓸한 ‘미투’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오래 전 일이 떠올랐다.

중학생이었을 때의 일이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던 중, 버스에서 같이 내린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 따라오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그 남학생이 달려와 얼굴에 뽀뽀를 하여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자 도망을 갔다.

당시 소름끼치는 수치심과 무서움을 동시에 느꼈지만, 부모님이 너무 놀라시고 걱정을 하실 것 같아 이야기는 하지 못했었다.

미투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에 비교할 수 없을 것이나, 한순간 피해자들이 느꼈을 절망감과 공포심, 피해 사실을 밝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지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다. 그 절망감과 공포심 속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용기를 낸 그분들에게 따듯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피해자들의 용기에 힘을 얻어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성추행, 성폭행에 대한 바른 인식이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가해자 및 성추행, 성폭력 행위에 대한 묵인 및 방조 분위기는 그간 우리 사회에 상당히 퍼져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조직 내에서 직장 상사로부터의 성추행 등 피해 사실을 밝히면 그 피해자는 ‘피곤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겨지곤 했다.

필자 역시 피해 사실을 밝혀 조직에서 배제되거나 수습 사원이 회사에 채용이 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던 적이 있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그동안 2차 피해로 인한 두려움, 조직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 등으로 인해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가해자들이 더욱 당당하게 지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8일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고 엄중 처벌하며, 그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각계각층의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 및 그 실천을 기대해본다.

따듯한 봄이 다가오고 있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이 지나면 봄이 더욱 반갑듯이 우리 사회 역시 미투 운동을 계기로 더 좋은 사회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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