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개봉한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에는 멋진 영국의 재벌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주인공은 오토바이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다. 처지에 대한 비관과 육체의 고통에 지쳐 죽음을 희망한 주인공은 이러한 죽음이 가능한 스위스로 가서 최후를 맞게 된다.

스위스는 일정한 조건하에서 약물 등을 투여하여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적극적인 안락사를 인정하는 나라이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의 안락사를 인정하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형법 제115조를 보면 “이기적인 동기로 타인의 자살이나 자살 시도를 유발하거나 조력하여, 만일 그 타인이 실제 자살이나 자살시도를 하였다면 5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이 법에 따르면 이기적인 동기가 아닌 경우 타인의 자살을 조력할 수 있어, 스위스는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자살을 조력하는 것을 일정 조건에서 합법화하고 있다.

실제 스위스에서 외국인에 대한 안락사가 실행된 것은 2006년경으로, 한 영국 의사가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고 죽음을 희망하다가 스위스 기관인 ‘디그니타스’의 도움으로 취리히에서 안락사를 선택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영화에도 등장하는 이 ‘디그니타스’는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비영리 기관이나 이 기관의 일부 활동 중 하나가 안락사를 조력하는 역할도 있어,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안락사가 불법인 나라에서 이에 대한 신청이 늘고 있다고 한다.

2011년 취리히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자살을 조력하는 것을 금하고 외국인에게 이를 허용하는 것을 금하는 내용에 대하여 각각 주민투표를 실시하였으나, 각각 85%, 78%의 지지로 합법화를 유지하게 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올해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를 본격 시행한다고 한다. 이 법에 따르면 사망이 임박한 환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여 사망할 수 있게 된다. 일부 사람들이 이 법이 안락사를 인정하는 법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우리의 연명의료결정법이 허용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 연장 치료를 중단하여 자연사에 이르도록 하는 것으로, 스위스에서 인정되는 약물 투여 등으로 자살을 조력하는 것과는 다르다.

스위스에서 인정되는 안락사는 존엄하게 죽을 인간의 권리와 삶에 대한 선택권을 존중해야 된다는 생각에 기반한 것으로,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도 자국인에게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 존중이라는 윤리적 가치, 종교적인 가치관과 함께 제도의 오용이나 악용에 대한 우려로 이를 합법화하는 문제에 여전히 많은 나라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는 나라에서 이를 인정하기는 더욱 조심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편적 생명 가치만큼 존엄한 삶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도 중시되는 경향이 있고 국제적인 여론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어, 우리 사회도 다양한 관점에서 이를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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