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부 시절, 독일 유학 중 박사 학위를 취득하시고 막 강의를 시작하신 선배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선배님께서는 그 즈음에 은사님과 대화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선배님은 오랜 기간 연구 후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어렴풋이 행정법이 무엇인가 알게 되었다고 자신하며,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대해 은사님께 조언을 구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행정법의 대가로 불리시는 은사님께서는 아직도 행정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당신의 수준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정도라고 말씀하시며 웃으셨다고 하셨다. 그 때 선배님께서는 겨우 입문을 한 자신이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크게 뉘우치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문득 이제는 어느 정도 송무에 눈을 떴다고 자만한 내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실 최근에 변호사가 된 후 열심히 다양한 분야의 소송을 처리하면서 내 스스로가 제너럴리스트의 모습을 갖췄다고 잠시 착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전문화된 분야를 가져 스페셜리스트가 되겠다는 당찬 꿈을 꾸었다. 하지만 여러 법조 선배님들 특히나 오랜 경륜을 지니신 원로분들을 만나 뵈면, 여전히 소송은 살아 움직이고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씀하신다. 그 분들의 겸허함 앞에 자신감을 가장한 자만한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새벽 판례연구모임에 선배님들께서 자리를 지키시며 치열한 토론을 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판례의 결론만 암기하며 준비서면에 인용하기에 바빴던 나와는 달리 판례의 논리를 응용하고 법리를 연구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늘 연구하는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벌써 권태로운 내 모습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젊다는 것, 청년이라는 것, 초심자라는 것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자신감이 근거 없는 자만감이 되지 않도록 처절한 담금질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다시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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