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에 관한 인사혁신처의 공고가 난 후 노량진 수험가 일대가 술렁였다.

행정직(고용노동)과 직업상담직 선발 시 가산대상이 된 ‘직업상담사’ 1·2급 자격증이 문제였다. 채용계획에 따르면 해당 직렬의 가산대상 자격증은 변호사, 공인노무사, 직업상담사 1·2급이며 9급의 경우 각 과목 만점의 5%, 7급의 경우 3%를 가산한다.

 

직업상담사 가산점 제도의 위헌적 요소

가산점 제도는 엄밀히 말해 응시자 간에 차별성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1조에서는 평등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상대적 평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별성을 부여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며, 그 내용 면에 있어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 원칙을 준수하여 최소한의 침해에 그치도록 해야 한다.

 

- 평등권 위반의 문제

직업상담사 자격증은 직업 관련 상담업무, 직업 관련 검사 및 해석, 직업프로그램 개발 등 구직자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정보를 제공하여 취업이 곤란한 구직자에게 보다 많은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구인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게 다양한 인력을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격증이다. 우선 고용노동직의 경우, ‘노동현장의 근로감독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전문 인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노동직 공무원의 역할과 직업상담사의 전문영역 간 명백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직업상담직의 경우 해당 자격증과 업무상 관련성이 인정되겠지만, 필기시험 응시자간 절대적 우위에 달하는 높은 가산점을 부여할 만큼 차별성 있는 자격증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2016년 한해간 시행된 직업상담사 2급 시험 합격률을 살펴보면 필기시험 합격률이 50.2%(2만516명 응시, 1만289명 합격)이며, 실기시험 합격률은 38.6%(1만3762명 응시, 5313명 합격)로, 소요되는 수험기간은 평균 6개월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통계로 볼 때 직업상담사 자격증은 동일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변호사, 공인노무사 등 다른 전문직 자격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같은 이유로 해당 자격증 보유자가 미보유자에 비해 해당 직렬의 공직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충분히 보유하였다고 단언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따라서 동일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다른 자격증과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한다는 점, 자격증 보유자와 미보유자 간에 충분한 역량의 차이를 확인할 수 없음에도 다르게 취급한다는 점에서 평등권 위반의 여지가 있다.

 

- 공무담임권 침해의 문제

헌법 제25조에서는 국민 스스로 지방자치단체 기관의 구성원이 되어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공무담임권을 보장하고 있다. 직업상담사 가산점 제도는 사실상 0.1점 차이로도 당락이 좌우되는 공무원 시험에서 각 과목별 만점의 5%, 3%에 달하는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직업상담사 자격증과 다른 전문직 자격증과의 차별성 및 해당 직렬 업무수행과의 관련성이 충분히 납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높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해당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해당 제도에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점도 공무담임권 침해의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보통 인사혁신처는 수험생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필기시험 과목과 시험에 대한 가산점 부여 등을 위해 시행 2~3년 전 예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직업상담사 자격증의 경우 시행 예고 및 유예기간 없이 올해 시험일을 100여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도입되어 수험생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9급 시험(시행일자 4월 7일)의 경우 4월 9일까지 자격증 내역을 입력해야 하는데, 직업상담사 자격시험 2급 최종발표일은 1회 5월 25일, 2회 8월 17일로 해당 제도가 발표된 순간부터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더라도 올해 시험에는 맞출 수 없었다. 즉 기대가능성 위반에 더해 신뢰보호원칙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 볼 수 있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노량진 수험가에는 매년 명절에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공휴일에 쉬지도 못하며 인생을 투자해 목표를 이루려는 수험생들이 넘쳐난다.

이들을 위한 실업문제 해결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입법정책적인 목적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면, 도입목적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앞서 제도를 도입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부당함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선결문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직업상담사 제도는 급하게 도입된 만큼 기본권 침해의 여지를 많이 남겨두고 있다.

현재 해당 결정에 납득하지 못한 많은 수험생들이 뜻을 모아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직업상담사 가산점 제도의 위헌성 여부는 판단 중에 놓여 있는 상태다. 헌법소원과 더불어 직업상담사 가산점 부여 부분에 효력정지가처분도 신청되어 있다.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헌법소원 인용결정이 나기 전이라도 올해 시험에는 당해 가산점 제도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혼란에 빠진 수험생들이 당장의 고비는 넘길 수 있다.

법과 제도가 진정으로 생각하고 우선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숙고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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