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중국 최강의 여류 바둑기사 루이나이웨이는 대륙을 제패하고 일본 진출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여류 기사들은 생태계 파괴를 명목으로 극렬한 반대를 했고, 결국 그녀는 일본 리그에는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하릴없이 한국 기원 문을 노크한 그녀는 의외로 큰 환영을 받게 됐습니다. 당시 걱정 섞인 기자의 질문에, 나이 어린 한 여류 기사는 패기 넘치게 “지금은 처참히 깨지겠지만 계속 부딪히면서 배우고 연구하여 몇년 후에는 그녀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라고 답변했고, 오래지 않아 한국 여류 기사들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블록체인 기술과 분리해 각기 다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부터 시작해, 규제의 당부와 그 정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이 미증유의 현상에 대해 누구도 명쾌한 논리로 상대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달러와 1:1의 등가 교환 가치를 부여한 암호화폐 ‘테더’에 대해 문제가 제기돼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청문회까지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 청문회 자리에서 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고 오히려 암호화폐의 정착 및 발전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미국의 암호화폐에 대한, 적어도 적대적이지 않은 스탠스를 확인하였다고 평가되는 이 뉴스로 인해 폭락 일변도였던 암호화폐 시세는 반등의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스웨덴의 경우 정부에서 직접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정부발행암호화폐)인 ‘e크로나’를 발행해 상용화할 준비를 하고 있고, 일본에는 암호화폐를 직접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점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규제 일색의 정책을 펼치며 소위 ‘김치프리미엄’이라는 버블을 잡았다고 스스로를 위무하는데 그친다면, 거대한 시류에 편승해 필연적 시행착오를 감내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국가에 비해 종국적으로 ‘후발주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됩니다.

정부 정책과는 별개로 새로운 환경에 발맞춰 변호사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제도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앞서 향후 법률시장에 생길 수익 모델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암호화폐와 관련해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고 나아가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지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우선 가장 오서독스한 투자 방법으로, 암호화폐를 구매하여 가치상승을 기대하며 보유하거나 재정거래를 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치프리미엄이 실종되고 이를 이용한 차액 실현이 힘들어지면서 이러한 방법은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전 세계로부터 국내 브랜치 설립을 통한 재정거래 관련 자문 문의가 빗발쳤는데, 올 해 들어서는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트레이딩을 통한 수익 창출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시세의 등락폭이 다이나믹 하지 않은 현재에는 큰 의미가 없으며, 정부의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과세 방안이 결정되면 이와 관련된 특별한 이슈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업의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공개)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ICO를 금지하고 있다고 하나 이에 대한 확실한 규제나 처벌 근거가 없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스위스,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등에서 ICO를 하고 이를 국내 거래소에서 유통시키는 우회로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ICO에 대한 정부 입장은 향후 변동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메인세일에 앞서 정보를 취득한 사람은 ‘프리세일’에 참여할 수 있는데, 단순히 설명하면 이는 낮은 가격으로 암호화폐를 ‘선점’하는 것입니다. 상장이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 수십배 또는 수백배 가치 상승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프리세일 참가는 최근 암호화폐 투자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Cardano ADA(약칭 ‘에이다’)이며, 프리세일 당시 개당 3원 가량이었던 에이다는 상장 이후 개당 1000원 이상으로 시세가 상승해 프리세일 참가자에게 많은 부를 안겨다 주었습니다. 다만 모든 ICO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충분한 자본으로 포트폴리오를 하지 않는다면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높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작년 말에 불었던 암호화폐 광풍의 연장선이라기보다는 정상적인 투자, 대출이나 지분 매각과는 별도의 자금 확보 수단, 즉 투자자들과 기업의 이(利)가 맞물리는 새로운 영역이 정착되는 과정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단순한 권리의 표상이라는 기존의 주식 또는 주권의 정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력의 결부를 통한(예를 들면 비트코인에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기능을 더해 이더리움이 만들어진 것 같이) 암호화폐 그 자체의 기능과 특성의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암호화폐 관련 시장 가동은 이제 막 기지개를 편 정도라 할 수 있으며, 이런 태동기에는 선점하는 자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종국에는 이에 따른 우열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일단 포화상태 일로에 있는 변호사 업계는 매우 반가워해야 할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수익 모델 출현은 아주 오랜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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