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의외로 기대보다 일이 잘 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별 어려움 없이 쓴 의견서가 회사에 큰 도움이 되거나 조직 구성원들에게 노력한 것보다 훌륭한 평가를 받는 것, 자신이 준비한 것보다 더 좋은 조건의 직장에 취업하는 등의 일을 들 수 있겠죠. 그런 일이 쭉 이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우쭐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늘 좋은 일만이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의외의 결과에 기뻐하며 좀 더 힘을 주고 정성스레 도전한 일이 더 잘 되지 않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 이상 손에 잘 잡히지 않고 이런 실패가 몇번이나 이어지면 이내 슬럼프에 빠지기도 합니다.

원래 잘 되던 일이 잘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에는 매일 먹던 치즈가 사라진 것에 당황하는 생쥐가 나옵니다. 치즈는 누군가 훔쳐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 먹어 치워 없어졌다는 걸 안 생쥐가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주제를 요약하면, 변화해라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변화를 꾀한다고 꼭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이 망하는 5가지 방법’을 보면, 하락세에 있을 때 방법을 바꾸면 도리어 그 하락이 가속된다고 합니다. 시청률이 떨어지자 시사 풍자를 넣었다가 시청자들에게 더 외면 받게 된 개그 프로그램이 한 예가 될 것입니다.

“나는 무엇이다”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이 이룬 것에서 벗어나 원점에서 사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 방법으로 성공했으니 이를 지속한다(자부심)와, 과거 방식이 먹히지 않으니 나는 다른 방법을 쓴다(조바심)는 둘 다 과거의 성공이라는 잣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시작점에서 다시 생각해도 똑같은 스타일을 고수할 수도 있고, 또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과거의 나에만 천착되어 있지 않으면 됩니다. 애초에 본인이 거둔 성공 자체를 자기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사내변호사로서 누구나 롱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모두들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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