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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당당 여변]변화를 부르는 용기
김민아 변호사  |  minakim07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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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호] 승인 2018.02.26  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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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자의 성추행 사실을 공개한 여성 검사의 당시 법률대리인에 대한 한 방송사의 인터뷰.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어땠습니까” 라는 질문에 그 법률대리인은 “별로 놀라지는 않았습니다”라고 답했다. 나 역시 그랬다. 이 뉴스를 접하였을 때 성추행 사실 자체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다. 성추행 사실을 피해자인 여성 검사가 언론을 통해서 공개했다는 사실에는 놀랐지만.

상급자의 성추행. 분명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인데 왜 그렇게 놀랍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아무래도 그냥 단순히,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일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한다. 한 친구가 진학상담을 할 때마다 담임교사가 다리를 만진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 교사를 잘 몰랐지만, 당시 나는 그 친구에게 “네가 오해한 것 아니야?”라고 했었다. ‘설마 선생님이 그럴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후 유사한 일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면서 그건 친구의 오해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는 조직 내외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사실을 들어도 그렇게 놀라지도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근래, 법조계 외에도 연예계, 문단 등에서 일어난 유사 사건으로 성추행에 대한 언론보도가 많았다. 그렇지만 실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수많은 사건들이 보다 일상적, 보편적으로 있어 왔다는 것에 진정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많은 여성들이, 내 또래의 여성들은 물론 훨씬 더 젊은 여성들조차도 이르게는 학생 때부터,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부터 별다른 방어책 없이 무수한 성희롱(sexual harrassment), 성추행에 노출되어 왔다는 사실 말이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선은, 강자의 약자에 대한 횡포일 것이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문단의 원로가 젊은 문인에게, 사회의 유력 인사가 무명의 연예인에게, 즉, 상대의 저항이 쉽지 않은 권력관계에서 이런 일들은 일어난다. 또 하나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시각이라 생각된다. 대상은 주체와 달리 생각과 느낌이 없다. 그러니 별다른 죄의식 없이 불쾌감, 성적 수치감을 유발하는 발언과 추행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모두 무엇이 옳은 일인지 판단을 못하거나 일부러 하지 않는, 즉, 이미 법과 제도가 해 두고 있는 판단을 무력화시키는 몰지각의 결과라 생각한다.

권력자의 성추행 등에 엄격하지 않은, 심지어 용인하는 분위기, 나아가 이에 문제제기 하는 여성을 오히려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바뀌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재조치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피해사실을 말하는 것이 힘들지 않아야 하고 피해자에 대한 구조도 분명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제 여성들이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에 불구하고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그 변화를 부르는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그 용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응원과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용기가 침묵했던 여성들, 방관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변화를 이끌어 내 결국에는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까지 거의 언제나 야만의 역사를 누르고 지성과 정의가 승리해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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