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9일자 법률신문 1면을 보니,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 출범”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이 언론에 크게 거론되면서, 우리나라에도 ‘Me, too(미투)’운동이 확산되니 법무부가 그에 대한 대책을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은 단지 성(gender)에 관한 문제로 다루어서는 아니 된다. 몇년 전부터 ‘여성혐오 범죄’라는 용어와 개념이 등장한 후, 여성과 관련된 문제만 나오면 성적 대립 프레임에 입각하여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사건을 성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군중의 심리를 이용한 언론플레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이 사건이 한참 전에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아무런 말도 못 하다가 이제야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즉, 피해자가, 개인이 자신의 권리로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말을 하지 못하게 부조리한 구조가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최순실 사건 전후로, 청와대는 물론 검찰, 경찰 심지어 법원까지 부조리한 권력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하며 관(官)에 대한 불신은 이미 극에 달하였고, 영화 ‘내부자들’ ‘부당거래’에서 보여주는 부정부패 스토리는 오히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관은 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필자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아니한 것이 문제이고 그것은 개인을 억누르는 계급구조에 기인한다고 본다.

개인이 조직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적 측면에서 용기가 부족해서라고 할 것인데, 개인이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너만 조용하면 돼” “네까짓 게 뭘 안다고” “튀지 마, 모난 돌은 정을 맞는거야”라고 말하며, 개인의 발언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아니하는 소위 윗사람의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개인 입장에서는 말 해도 바뀌는 것은 없고, 오히려 ‘문제아’ ‘꼴통’으로 낙인 찍히며 해를 입게 되니 그 개인이 피해자인 경우에도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부터 한 세대(30년) 전은 영화 ‘1987’로도 잘 표현되었듯 압제로 인하여 국민이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숨죽여 살았던 시절이었다. 과거보다는 좋아졌겠지만, 30년 전에 막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필자로서는 과거의 경험이 없어서인지 현재의 부조리만 크게 와 닿는다.

솔직히 필자는 다음 단락을 표현하기가 부담스러워 많이 고민을 하였다. 변호사인 필자도 대놓고 관을 비판하기가 부담스러운데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오죽할 것인가. 앞서 표현과 용기를 언급하였으니 다음 말을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법무부가 위와 같은 관(官)의 내부구조에 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안을 연구하지 않고, 성희롱·성범죄 대책위를 구성하는 것으로 위 사건이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법무부의 노력은 본질을 간과한 것으로서 단지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 식 고식지계로 그칠 것이다.

검찰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관이 근본적인 내부구조개혁의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그 노력은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의사를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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