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이사장

변협은 지난 19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제54회 변협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신정일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이사장이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어떻게 살 것인가 -변호사로서 삶의 양식-’을 주제로 강연했다. 신정일 이사장은 ‘새로 쓰는 택리지’를 저술한 문화사학자로, 산림청 산림문화자산 선정위원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신정일 이사장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①어디에서 태어나느냐 ②어떤 몸으로 태어나느냐 ③누구를 만나느냐라고 했다. 그 중 누구를 만나는지는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나머지는 바꿀 수 없는 부분이므로 감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데카르트는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부딪치게 될 사람들이 아닌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사람들과 만나서 살기를”이라고 바라기도 했다. 신정일 이사장은 만나는 사람의 중요성을 얘기하며 조선 최고의 천재라 할 수 있는 허균이 손곡 이달을 만나지 않았다면 역모죄를 뒤집어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예를 들기도 했다.

 

“고상하게 산다는 것은 스스로를 꾸미지 않는다는 것”

신정일 이사장은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맨 몸으로 왔다가 맨 몸으로 돌아가는데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또 아름다운 노년, 나이 듦의 미학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람은 흐를수록 넓혀져서 바다로 가는 강과는 다른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어떻게 사는 게 현명한 삶인가에 대한 답은 알 수도 없고 정해져 있지도 않으며, 다만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움을 보는 능력을 가르치는 교육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현재 교육제도는 지식과 계산에만 편중되어 있어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천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으며, 견문이 넓은 사람일수록 안목이 높다”

신정일 이사장은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걷기라고 말한다. 허준 역시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고 했다.

신정일 이사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전 국토를 걸었다. 400여개 산을 오르고 남한의 8대 강과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등을 모두 지나왔다. 때로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던 아름다운 경치를 발견하기도 한다고 했다. 직접 찍은 사진(하단 참고)으로 그 장소를 알려 유명해진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때로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집도 길이고, 길도 집이다. 하룻밤 내가 머무는 곳이 바로 내 집이다. 호텔도 여관도 절도 민박집도, 내가 머물 때는 내가 주인이다”

어디서 사는가도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정약용은 공부를 게을리 해선 안 되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한양의 사대문 안에 집을 마련하라고 하였다. 예로부터 얼마나 집을 중요히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택리지를 서술한 이중환은 사람이 살 만한 곳을 고를 때는 지리, 생리(生利), 인심, 산수를 봐야한다고 했다. 네 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살기 좋은 땅이 아니다.

이 중 산수를 바탕으로 살 만한 곳을 고를 때는 계거(溪居), 강거(江居), 해거(海居)를 기준으로 할 수 있다. 각 시냇가, 강, 바다 근처를 뜻한다. 예로는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원주시 부론면 홍호리, 임실 섬진강 입석리, 부여 궁남지, 잠두마을, 통영 미륵도 삼덕리, 제주 광치기 해변 등이 있다.

특히 시냇가는 들이 있고 오곡이 잘 자라나기 때문에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또 강은 인류역사가 강을 끼고 발달한 만큼 삶의 터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바닷가 마을이 가장 살기 힘든 곳으로 생각했다.

풍수지리학자 최창조 선생은 물과 땅이 탁 트인 곳을 최고로 삼으며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요즘은 무인경비시스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타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다만 온전히 아름다운 땅은 없다(風水無全美)고 했다. 결국 지역마다 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신정일 이사장은 이상적인 땅이 현실에 없으므로 현재 살고 있는 곳을 더욱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우리가 풍요 속에서도 풍요를 느끼지 못 하고, 빈곤에 찌든 삶을 사는 것처럼 만족하지 못 하는 데 있다고도 했다. 또 진시황이 순행한 것처럼 살아가는 방법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상이 편히 계시라고 좋은 땅을 고르는데, 명당은 결국 내가 고르는 것이다. 마음이 편한 곳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풍수란 음양론과 오행설을 기반으로 지리를 체계화한 전통적 논리구조다. 풍수에서 바람(風)은 기후와 풍토를, 물(水)은 물에 관한 모든 것을 가리킨다. 기본원리는 일정 경로를 따라 땅속에 돌아다니는 생기를 사람이 접해서 복을 얻고 화를 피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기가 뭉쳐있는 곳에 도읍을 정하면 나라가 오래 번성한다. 또 집을 지으면 대를 이어 잘 살게 되고, 조상의 묘를 쓰면 훌륭한 사람이 계속 태어난다고 한다.

신정일 이사장은 직접 우리나라 국토를 돌며 찍은 사진과 함께 각 지방별 길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다.

 

길지 목록

-영남: 하회마을, 의성포, 안동 의성김씨 종택 내앞마을, 봉화 닭실마을의 청암정,경주 양동마을 등

-호남: 구례군 토지면의 운조루, 녹우당, 영암 구림마을 회사정, 강진 다산 초당 등

-충청: 괴산 선유동, 서산 마애삼존불 등

-경기강원: 양수리, 다산 자호 여유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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