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2017년도 인권보고대회 개최 … 낙태죄 및 대체복무제 다뤄

뜨거운 인권 이슈인 낙태죄 처벌 여부와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논의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변협은 지난 21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2017년도 인권보고대회’를 개최했다.

김현 변협 협회장은 인사말에서 “변협은 국내 유일한 변호사 법정단체이자 인권단체로서 해마다 인권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인권보고서를 발간해 오고 있다”며 “오는 3월 2017년 인권상황을 정리한 서른두 번째 인권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권보고대회 주제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하지만 우리가 다각적 측면에서 깊이 고민하고 함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인권보고대회를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낙태죄 처벌 여부’를 주제로 진행된 제1세션에서는 인권보고서간행소위원회 위원인 나현채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나현채 변호사는 “2010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사에 따르면 원치 않는 임신, 미혼, 경제상 양육 곤란, 가족계획 등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의 95%가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인공임신중절은 연간 15만건 이상 이뤄지는데 반해, 낙태죄로 처벌되는 경우는 연간 10~20건으로 처벌 또한 극히 일부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낙태죄는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나 변호사는 “수십년간 규범과 현실의 괴리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할 지 뿐만 아니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인공임신중절 과정의 위험성 등 쟁점에 대한 충분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김진선 팀장은 “한 사회 시민으로서 아이를 낳고 싶다, 낳지 않고 싶다는 욕망 또는 체념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고, 국가는 그 욕망의 구성과 실현가능성 모두에 책임이 있다”며 “낙태죄는 여성들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도덕과 헌신을 강요하며 그 책임을 전가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형사처벌 방식의 통제가 아니라 오히려 임신을 중단코자 하는 여성에게 안전하고 합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배인구 변호사 또한 “국가는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하며, 헌법 범위 내에서 일정한 경우 낙태가 허용되는 데 동의한다”며 “낙태 건수 파악 및 관련 환경 모니터링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낙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2세션에서는 ‘대체복무제도의 모색’을 주제로 이광수 변호사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한국형 대체복무’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엠네스티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57개국은 헌법이나 법률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고, 12개국은 병역거부권에 대한 명문 규정을 두는 국제조약을 비준했거나 병역거부권을 사법적·관행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광수 변호사는 “유엔 회원국 중 징병제 국가로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36개국뿐”이라며 “2000년 이후로 매년 수백명 규모로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가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대체복무제 관련 법안에서는 복무형태를 합숙형으로, 복무기간을 현역의 1.5~2배로 두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행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광수 변호사는 “대체복무제의 장기 복무는 사실상 처벌에 해당하고, 복무 이탈 시 대체복무 취소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으므로 합리적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 여부 판별은 양심의 개념상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토론자인 인권보고서간행소위원회 위원 조장곤 변호사는 “양심에 대한 평가의 부적절성뿐만 아니라 현역복무와의 형평성도 문제된다”며 “현역을 기피하는 이유는 단절이라고 생각되는데, 먼저 현역복무자의 근무상황을 개선하고 사회와의 단절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있은 후 필요한 만큼 대체복무를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회 인권이사인 정영훈 변호사는 “대체복무제는 엄격한 심사와 형평성 있는 복무 두 가지 관점에서 검토해야 이에 대한 염결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간은 병역복무기간의 1.5배,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여부 등은 군의 감독을 받는 기관이 아닌 독립된 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