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행정사법 개정안의 골자는, 행정사무와 관련된 서류작성과 제출 등 사실행위의 대행을 해오던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대리권과 정책, 법제에 대한 자문권 등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행안부는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국민권익의 적극적 보호와 저렴한 비용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행정사법 개정안은 소송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것임이 명백하다. 변협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행정안전부는 해당 내용을 제외한 개정안을 재입법 예고했다.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위법,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 불행사로 인해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았을 경우 신속, 공정, 간편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쟁송절차이다. 쟁송절차에 문외한인 행정사가 법률사무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속셈은, 법리적 근거에 따른 주장보다는 행정경험에서 쌓은 자신들의 인적네트워크 등을 이용하여 부당한 개입으로 합법적 ‘전관비리’ 통로를 만들어 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또한 저렴한 비용 운운하며 행정사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고위직 출신 행정사들은 인허가절차 등의 자문을 이유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직자 출신들이 퇴임 후 복잡하고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에서 자신의 과거 지위나 인맥을 이용하여 해결방법을 찾아 준다는 명분으로 자문료를 받게 된다면 과연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인가. 행정사법 개정안은 일반국민에 비해 연금으로 ‘든든한 노후’를 챙기는 퇴직 공무원에게 ‘밥그릇을 좀 더 키워 달라’는 요구로 볼 수밖에 없다.

기존 행정사 외에도 노무사, 건축사, 세무사, 변리사 등 유사 법률사무 공급은 넘치고 있다. 법전원만 하더라도 2017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1593명을 배출했고 변호사 수도 3만명을 바라보고 있으며, 10년 후에는 4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변호사 보수도 계속 하락추세에 있다. 행정심판의 영역에서도 국민들은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저렴한 비용’을 들먹이는 행정안전부의 개정안은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법로비와 비리의 온상이 될 여지가 있다. 전문 법률지식을 갖추지 않은 행정사들에게 쟁송절차를 맡기는 것은 오히려 국민권익을 침해할 뿐이다. 행정사법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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