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1년 동안 기대했던 것보다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변호사 정지웅 법률사무소’를 ‘법률사무소 정’으로 이름을 변경하여 확장, 이전하였다.

새로운 이름을 정하기 전에 여러 가지 다른 이름이 후보군에 있었지만, 결국 ‘법률사무소 정’으로 정했다. 변호사의 성이랑 같고, 부르기 쉽고 간결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정’의 한자를 뭘로 정할 지를 놓고 막판에 경합을 벌인 두 한자는 ‘솥 정(鼎)’과 ‘바를 정(正)’이였다.

솥(鼎)은 음식물을 삶는 기구이며, 사람을 먹여 살리는 도구이다. 쌀을 솥에 넣고 불을 때면 밥으로 변한다. 정(鼎)괘는 주역 64괘 중 50번째 괘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화권 로펌 중에는 ‘솥 정(鼎)’을 쓰고 있는 로펌이 꽤 있다. 그런데 ‘솥 정(鼎)’은 매우 간단한 이유로 선택 받지 못했다. 직원 의견이 간판에 쓰면 무슨 글자인지 모르는 사람이 꽤 될 거라는 거였다.

그래서 누구나 아는 ‘바를 정(正)’을 선택했다. 사실 ‘바를 정(正)’으로 작명을 하는 것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내가 그리 바르지도 않은데, 떡하니 ‘바를 정(正)’을 내세우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었다.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바를 정’을 선택했다.

먼저 초심을 생각했다. 서울법대 입학 당시 권영성 교수께서 면접관이었다. “자네는 왜 법학과를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에 “법대에 오면 오직 바름만 추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던 법학을 처음 선택할 때의 초심이 떠올랐다.

다음으로 어떤 비구니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이 났다. “세상 어떤 삿된 것도 절대로 너를 침범할 수 없는 최고의 부적을 주겠다. 오직 바를 정(正)자 하나를 네 이마에 써 놓고 다녀라. 어떤 나쁜 것도 너를 침범하지 못할 것이다.”

똑똑한 엘리트들이 ‘바를 정(正)’ 하나 잘 지키지 못하여 힘없이 스러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리 지혜롭지 못한 내가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그저 ‘바를 정(正)’ 하나 꽉 붙들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는 의지의 표상으로 내 법률사무소의 이름을 ‘바를 정(正)’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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