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정년도래 통보를 받았다.

이미 개정된 공증인법에 예고된 바 있으나 막상 법무부로부터 공증인 정년통보를 정식으로 받고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인가공증인의 정년이 75세라면 타 직종에 비해 커다란 혜택이기 때문에 서운하다거나 불만스럽지는 않으나 50년의 내 법조 인생을 돌아보면서 한쪽 날개가 꺾여버린 것 같아 몹시 허전하고 덧없이 빠른 세월을 실감케 한다.

공증제도는 법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신뢰 사회를 구축하며 소송사건을 줄이기 위해 아주 유용한 수단이요, 도구다.

우리나라 인가공증제도는 제19대 대한변협 협회장 후보로 나선 홍승만 변호사께서 공약하고 당선 후 참으로 헌신적인 노력으로 입법화에 성공시킴으로써 1971년 1월부터 시행된 것이 그 효시다.

나는 2000년도 새 세기가 시작되면서 주위 선배들의 권고로, 솔직히 표현하자면 노후대책의 일환으로 공증인가 법무법인을 주도적으로 설립하여 17년째 줄곧 공업업무를 접해왔다.

공증사건은 일반 변론사건에 비해 그 건수가 워낙 많아서 거의 매일 많은 사람을 상담하고 대면 공증을 하다 보면 지칠 때도 있고 그많은 공증 서류에 일일이 자필 서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손목이 저리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 사법 업무의 일부를 대신 처리한다는 나름대로의 자부심도 느꼈고 다양한 사건을 다루면서 변해가는 세상인심과 세태의 흐름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공증업무를 처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생각의 폭을 넓히고 좋은 글감을 발견하는 등 보람과 재미도 느꼈다. 아울러 이런 제도를 마련해 준 국가에 감사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60대 중반의 부부가 유언장을 직접 작성하여 가지고 왔다. 내용인즉, 부부 소유의 재산은 사전에 절대로 자녀들에게 분배해주지 않는다, 중병에 걸리거나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요양병원으로 입원시켜 달라, 임종 직전 장기는 기증하고 시신은 화장해서 수목장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2남 2녀 자녀들 숫자대로 인증서 부본을 만들어 달라고도 했다. 공증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차츰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특히 유언공증 제도를 이용하는 노인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30억원대의 재산 소유자인 70대 노인은 자기 재산의 3분의 2는 1급 지적장애인인 손녀에게 넘겨주고 나머지는 자기가 지정하는 지방의대에 기증한다는 유언증서를 공증 해달라는 것이었다. 남아선호사상이나 장남우선의 상속제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 세태를 읽을 수 있었다.

어느 80대 노인은 자기 시신은 절대로 땅에 묻거나 화장시키지 말고 풍장으로 외딴섬 야산에 그냥 뉘어달라는 내용의 유언장을 공증해 달라고 했다. 사후에 자식들의 벌초나 성묘의 번거로움을 미리 차단하고 죽어서나마 나무의 거름이 되고 굶주린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고 싶다고 했다.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 사례였다.

끝으로, 공증제도의 더 큰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서 몇 마디 남기고 싶다.

대한공증인협회는 연구시스템을 보다 확충, 풀가동하여 외국의 선진 공증사례들을 깊이 연구, 벤치마킹을 해서 공증제도의 예방사법적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공증범위를 차츰 넓혀 주기를 바란다. 전자공증제도를 더욱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특히 대한변협처럼 각종 연수회나 세미나를 자주 열어 공증인들의 능력과 자질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증제도가 완전히 정착되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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