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그 중에서도 특히 변호사로서 의미 있는 활동은 바로 인권 옹호에 관한 것이라 생각한다. 변호사의 숙명처럼 여겨지는 밀려드는 서면과의 싸움, 수북이 쌓인 기록들과의 전쟁 속에서도 많은 변호사들은 우리나라 국민의 인권을 개선하고 옹호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 중 귀한 한 부분을 기꺼이 내어 놓고 있다.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법률적 울타리가 전제되어야 하기에 변호사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중심 잡힌 생각은 인권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들의 모임에 갔는데, 그 곳의 변호사들은 구석진 곳에 숨겨 놓은 구깃구깃하게 침해된 인권의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그 인권을 깨끗하게 펴서 씻고 말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펼쳐 놓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한 여성변호사는 누구보다 예리한 시선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의 인권 침해 부분을 드러내고 그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그러한 의견 제시는 곧바로 문제 인식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토론의 결과 그 해결을 위한 가능성의 빛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굳이 ‘인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모임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에서는 정말 많은 분야에서 변호사의 참여를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가 손만 뻗으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손쉽게 변호사로서의 돕는 손길을 어디든 뻗을 수 있다. 예컨대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운영하는 제도들에 참석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얼마 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운영하는 1학교 1고문 제도로 참여하고 있는 한 학교의 교무주임 선생님으로부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해당 학교 선생님은 요즘 청소년들의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 고민했다. 나 역시 해당 가해학생에 가장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지, 피해학생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하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학부모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진중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오랜 시간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되면서 사후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예방적 조치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이후로 학교 측과 얘기하여 해당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면서 ‘힘들긴 하지만 이런 강의를 통해 한명의 피해 학생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나는 변호사가 된 것이 자랑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사가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듯,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며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료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는 이런 사명감과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 곧 공허함이 밀려와 내 마음속을 채우게 되는 것은 아닐까.

혹시, 하는 일이 잘 되고 있고 그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내 마음속에 공허함이 밀려온다면 변호사로서의 사명감이 고개를 들어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