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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회_해시태그]다시 한번 기회를
김세윤 변호사·부산회  |  beat983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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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호] 승인 2018.02.05  16: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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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피의자를 처음 만난 곳은 소년원이었다. 소년원에 위탁되어 있던 피의자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접견하기 위해 찾아간 것이다. 넓은 운동장을 지나 소년범들이 거주하는 위탁시설로 들어갔고, 창문마다 처진 쇠창살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곳이 일반 학교와는 다른 곳임을 체감했다.

소년법은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 영장 청구서에는 피의자를 구속해야할 사유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범행이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고 검찰은 보고 있었고, 나 역시 타당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피의자를 처음 대면하는 순간 달라졌다. 피의자는 너무도 평범한 아이였고, 왜소한 체격에, 불안해하며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왜 이 아이가 피의자로 불릴 수밖에 없는 그런 중대한 범행을 하게 된 것인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변호인인 내가 잠시라도 예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또 다른 피고인은 어릴 적 부모가 모두 집을 나가버리고 할머니의 손에 키워졌다. 할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하러 다녔고, 피고인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었다. 할머니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피고인은 이미 가해자들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한 후였다. 그 후 피고인은 자주 가출을 하게 되었고, 절도 등의 범행을 반복하여 소년이지만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 연로하신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재판에 참석하고 구치소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대부분의 소년범들은 살아온 환경이 평탄하지 않다. 아니 평탄하지 않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정들이 많다. 공소장에 적힌 범죄사실만 보았을 때는 어린 나이에 그와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을 비난할 수밖에 없지만, 직접 대면해서 만나보면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이고 자신들의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그 아이들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 테두리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년법을 폐지하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나마 소년법이 있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소년범들이 보호관찰소나 소년위탁시설 등에서 교정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소년법은,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소년범을 성인범들과 분리하여 수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수용시설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마저도 어렵다. 자아가 확립되지 못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주변의 사람,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소년범을 형사처벌하여 교도소로 보내는 것으로 끝난다면, 장기적으로 오히려 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20대 초반의 남성이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미성년자를 때렸다. 위 사건은 형사 조정에 회부되었고, 피해 학생의 부모가 참석해서 조정이 진행되었다. 부모로서 당연히 용서가 안 될 것이고, 조정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아무런 조건 없이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주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도 청소년기에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녔고 소년원에도 갔다 왔다고 이야기하며, 그때 자신의 아들을 용서해 준 부모님들과 아들에게 기회를 준 사람들을 생각하며, 자신도 용서해주겠다고 하였다. 물론 피해 학생도 아버지와 같은 생각이었다. 가해자는 머리 숙여 사죄했다. 이 사회가 한때 소년범으로 불리던 그 학생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이 선순환되어 돌아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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