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ention의 의미] 미국 유학을 다녀온 분이면,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서, 가끔 ‘detention’이라는 말을 쓰는 걸 들을 수 있다. 학교에서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방과 후에도 학교에 남게 하는 것을 ‘detention’이라고 하는 것이다. 경찰서, 수용소, 병원 등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붙들어 매는 것도 ‘detention’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억류’ ‘구금’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외국인의 집행유예와 외국인 보호소] 최근 외국인의 대마 사건을 맡게 되었다. 마리화나 허가증을 갖고서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 목적으로 마리화나를 요리해 먹던 외국인이 한국에 관광차 놀러오면서 마리화나를 우송했는데, 세관에 의해 ‘통제배달’로 체포되었다. 마약류로 인한 처벌 전력도 없고, 본국이나 국내에서 아무런 전과도 없고, 교통사고 기록과 미국에서의 허리 통증 치료를 위한 치료 기록 등을 제출하여 1심에서 집행유예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은 집행유예를 받고 나서 바로 풀려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보호소에 갔다가 검사의 항소가 없으면 강제퇴거를 당하게 된다. 피고인은 2017년 9월 22일 집행유예 선고되어 서울 구치소에서는 석방되었으나, 검찰의 항소가 없을 때까지 또는 항소심 판결 후 또 다시 검찰의 항고가 없을 때까지, 피고인을 외국인 보호소에 ‘보호’할 그 근거규정을 딱히 찾기가 어려웠다.

[긴급보호처분과 외국인 보호소] 출입국관리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외국인은 강제퇴거시킬 수 있다(제46조 제1항 제13호). 그러나 이 경우 바로 강제퇴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긴급보호처분 후에 보호명령서를 집행하는 방식으로 퇴거가 아닌 보호처분이 이루어진다(법 제51조 제3항 내지 제5항). 이는 마치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을 집행하는 것과 매우 비슷한데, 헌법재판소는 이를 합헌이라고 보고 있다(헌재 2012. 8. 23.자 2008헌마430 결정). 외국인에게 이 보호처분과 외국인 보호소를 설명하면서 ‘보호’를 ‘Protection’으로 번역하여 설명하기는 어렵다(그래서 외국인 보호소를 ‘Immigration Processing Center’로 번역하는 곳도 있다). 또한, 실제 외국인 보호소에 가보면 푯말에 ‘Immigration Detention Center’라고 번역되어 있어(영문법령집에도 마찬가지이다) ‘구치소(Detention Center)’와 동일한 영문 이름을 쓰고 있다{따라서 의미적으로는 구 출입국관리법(1993년 4월 1일 시행되기 전) 상의 ‘수용’이라는 용어가 ‘보호’보다 더 정확하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보호처분된 외국인에 대해 강제퇴거 대상자 여부를 심사, 결정하기 위한 보호기간은 10일 이내이고, 10일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으나, 강제퇴거 대상자라고 하더라도 형사판결에 의한 경우에는 이와 달리 검사의 항소가 있게 되면 항소심 기간 내내 외국인 보호소에 있어야 된다.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유보와 보호] 위와 같이 보호처분에는 보호기간에 대한 제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외국인이 장기간 외국인 보호소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그 근거가 있다(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보충의견이긴 하지만 합헌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헌재 2016. 4. 28.자 2013헌바196 각하결정). 즉, 위 조항에 의해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여권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는데,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 등의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인 외국인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권리보장 차원에서 강제퇴거 집행을 유보한다는 이유로 외국인 보호소에 보호처분이 이루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에서 집행유예판결을 받은 형사사건 외국인 피고인의 경우, 만약, 출국을 원하고 있고, 여권도 소지하고 있고, 항공료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위 피고인을 검사의 항소가 없을 때까지 또는 상급심 판결 확정시까지 보호소에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무엇일까.

[검사의 항소와 보호의 일시해제] 위 사례의 경우, 필자는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신청과 같은 기능을 하는 보호 일시해제신청을 하였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상 보호 일시해제 심사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생명, 신체에 중대한 위협이나 회복할 수 없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가 주요 기준이고, 예전에도 이에 해당하지 않아서 일시해제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어서(물론, 그 때는 형사판결과 상관이 없이 강제퇴거대상이었지만), 사실상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보증금 2000만원과 지정된 호텔에 거주하는 조건으로 해서 일시해제가 받아들여졌고, 피고인은 그야말로 외국인 보호소에서도 석방된 상태에서 호텔에 묵으면서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항소심 선고기일에 출석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보호 일시해제를 받은 피고인은 국내 주거가 부정하고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또 다시 법정구속되고 말았다!

[외국인 보호와 영장주의] 보호 일시해제되기 전 항소심 공판기일에서는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서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보호시설로 갔다가 출입국관리소 공무원의 호송에 의해 수갑을 차고 출석하였는데,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은 특별사법경찰관리로 취급된다(형사소송법 제197조,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5항). 결국, 외국인 ‘보호’제도는 ‘구금’절차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외국인이 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다시 외국인 보호소로 가게 될 경우에는 법원에 의해 통제를 받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맞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외국인 범죄 중 특히, 사회적 인식이 다른 마약범죄의 경우, 과연 구치소에 구금하여 교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지, 추방하여 우리 사회와 격리시키는 것이 목적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