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도 변호사

평소 고대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깊이 있는 글을 써 오셨고, 최근 책 ‘아잔타에서 석불사까지’를 출간하셨습니다. 집필 계기가 무엇인지요.

1969년 일본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의 ‘석불사의 조각에 대하여’라는 글을 읽고 석불사(석굴암)에 매혹되어 그 근원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간다라 미술이 인도에서부터 실크로드를 타고 동쪽으로 온 궤적을 밟아 불교미술의 세계를 한 바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석불사의 위대함을 선양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무려 5년에 걸쳐 저술한 고대문화 답사기 ‘아잔타에서 석불사까지’는 623쪽의 대작입니다. 특히 우리 문화유산인 석불사의 우수함을 강조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요.

세계의 대형 불교 유적들은 조영자가 힘을 과시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석불사는 ‘사람 중심’으로 붓다를 예배하기에 쾌적한 거리와 높이, 넓지도 좁지도 아니한 가장 이상적인 규모로 조영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조각상들이 알맞은 구성과 크기로 조각하여 조화롭고 주도면밀하게 배치하였습니다.

또한 석불사는 착한 유산입니다. 세계의 다른 대형 유적들처럼 오랜 기간 백성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부과하고 강제노역을 시킨 반인권적이고, 비종교적인 산물이 아닙니다. 석불사는 신라인들이 탁월한 예술적 기량을 뽐내어,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세상에서 가장 아릅답고 가장 완벽하게 지은 세계 제일의 석굴사원입니다. 이에 견줄만한 것은 지구상에 어디에도 없습니다.

 

40여회에 걸쳐 6개 대륙 52개국 310곳의 도시와 유적지, 관광지 등을 답사하고, 토기 1719여점을 수집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을 해 2001년에는 ‘최영도 기증실’이 마련됐습니다. 재력가도 아니면서 애써 모은 토기를 기증한 이유가 있는지요.

우리들이 무관심한 사이에 고미술 시장에서 토기가 외국인에 의해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을 목도했습니다. 그래서 토기가 더 없어지기 전에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토기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수집했습니다.

돈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술도 끊고 골프도 접었습니다. 토기는 어느 정도 수집 되었는데 정작 박물관을 설립할 돈이 없어 꿈을 접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전부 기증했습니다.

어차피 문화재는 모든 국민의 것이고, 수집가는 일시 보관하는 창고지기입니다. 국민의 것을 국민에게 돌려준 것에 불과합니다.

 

유신정권 시절 법관재임용 탈락 후 변호사로서 대한변협 인권이사 겸 인권위원회 위원장, 민변 회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문화유적, 클래식 음악 등에 관한 책도 출간하였습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비결이 무엇인지요.

인권을 수호하고,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은 변호사의 기본적인 사명 아닙니까? 그러나 우리나라의 열악한 인권현실에 맞닥뜨려 우울한 법률사무에 매달리다 보면 인성마저 메마르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때마다 미술시장을 한 바퀴 돌거나, 음악을 듣거나, 해외에 나가 바깥바람을 쐬며 삶의 에너지를 충전했습니다.

제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모두 취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래도 저의 미술, 음악, 세계문화유산 답사는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합니다.

 

유럽미술 회화에 관한 책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도 출간하셨습니다.

우리나라 해외여행자들은 무리한 스케줄로 시간에 쫓기고 올바른 안내서도 없이 가이드의 부족한 설명을 듣고 있었습니다. 외국인들의 반도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백 수천점의 명화가 전시된 큰 미술관에서 다 보려고 욕심을 내면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미술품 감상은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그래서 유럽의 큰 미술관마다 20점 내외의 걸작을 골라 집중적으로 보는 것이 감상의 요체라는 것을 터득하고서 쓴 책입니다.

 

책 ‘참 듣기좋은 소리’ 소개 글에서 “미술품 감상과 수집, 세계문화유산 답사와 더불어 클래식 음악의 명곡과 명반을 좇으며 살아온 인생이 풍요롭고 행복했다”고 했는데, 추구하는 행복은 어떤 것인가요.

바쁘고 메마른 세상사로 인생이 고달파질 때 음악을 들으면 그렇게 행복해질 수가 없습니다. 음악은 각박한 세상에서 때 묻은 영혼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위로받고 정신이 맑아집니다.

만약 음악이 없었다면 내 인생이 얼마나 삭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 감상 50주년을 맞아 나의 클래식 편력에 대한 단상을 주섬주섬 담은 것이 그 책입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에 ‘실크로드를 가다’를 수차례 기고하였는데 실크로드를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이고, 탐사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회가 어땠는지요.

실크로드는 인도에서 발상한 불교가 중국을 거쳐 신라로 들어온 통로입니다. 따라서 석불사를 이해하려면 간다라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불교의 동점로(東漸路)를 답사해야 합니다. 실크로드는 몽환의 세계이고, 어렴풋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동경의 세계이며 누구라도 가보고 싶은 만인의 로망입니다.

 

소설가 조정래가 ‘아잔타에서 석불사까지’를 보고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 치열한 삶의 열정이… 최영도 변호사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의미 깊게, 폭넓게, 멋지게, 겹겹이 살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진지하게 보여 준다,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말을 실증하는 존재다. 모두의 사표다”라고 극찬했습니다. 변호사들도 부러워할 만큼 다양한 삶을 경험한 선배로서 후배에게 들려주고거나 권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조정래 선생께서 너무 과찬을 하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본업 외에 삶의 에너지를 충천할 한 가지 이상의 고상하고 품격 있는 취미를 가지고 살면 인생이 즐겁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비전공 서적을 많이 읽을 것을 권합니다.

주요 약력
고등고시 13회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전, 한국인권재단 이사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전, 한국인권단체협의회 상임공동대표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겸 인권위원장
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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