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공인탐정법안에 퇴임 검경수사관 전관비리, 다른 법들과 충돌 등 우려
“개인정보 노출, 불필요한 수임료 등 국민의 금전적 피해와도 직결될 수 있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가 공인탐정법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집에 공인탐정제도 도입이 공약 중 하나로 포함돼 있어 관련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탐정제도는 2005년부터 14년째 논의돼오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도 윤재옥 의원이 공인탐정법안을, 이완영 의원이 공인탐정 및 공인탐정업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법안(이하 ‘탐정법안’)은 인력예산 등 한계로 인해 국가 수사력만으로 모든 사건·사고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자력으로 사람 찾기, 자료수집 등을 할 수 있도록 민간에 조사권한을 허락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에 변협은 “예산인력 형편상 개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기존 제도를 수정보완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검경찰이 수사기관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질타했다.
현재 공적 영역에서는 검경찰 등 국가 수사기관이 사건 수사를, 민간 영역에서는 변호사가 사건에 대한 정보 수집, 사실관계 파악 및 증거 확보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소재 불명자에 대한 사실조사는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법률에 이미 제도가 마련돼 있다.
정보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국민은 실종자를 찾거나 자료 수집을 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재력에 따라 정보 편차가 발생하고, 검경찰 책임 회피 수단으로 탐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타 법과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 공인탐정제도가 도입되면, 그간 변호사에게만 허용됐던 소송 자료 수집을 탐정도 할 수 있게 된다.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 아닌 자가 대가를 받고 소송, 심판 및 조사 사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처벌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 관련 법을 무력화한다. 개인정보를 강화하는 입법추세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헌법 제17조도 국민의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협은 “민간조사를 위해 정보주체 동의 없이 개인정보 수집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합리적 근거는 없다”면서 “탐정업이 합법화되면 또 다른 탈위법이 자행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현재도 흥신소에서 저지르는 개인정보 판매 등 불법행위는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흥신소에서 개인정보를 판다거나 통신사를 해킹하고, 의뢰인을 협박하는 등 불법을 자행한 일이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개인정보 판매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보이스피싱 피해는 2017년 상반기에만 2만2041건에 달한다.
퇴임 검경 수사관이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 수사기관과 유착관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변협은 “탐정법안에서 관할 행정청을 경찰청으로 한 부분은 경찰 퇴임자의 취업알선 의도를 가지고 추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탐정법안에는 검경 수사관 등에게는 시험 일부를 면제해주는 규정도 마련돼 있다.
김현 협회장은 “탐정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은 기본권 침해 위험에 노출되고 수사기관 업무까지 수사관 출신 탐정에게 의뢰할 수밖에 없게 돼 불필요하게 비싼 수임료를 부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