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에 확인한 저의 성적표는 반짝이는 별들로 수놓아져 있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저희 학교에 다니는 수많은 학생들의 성적표 역시 그러하였을 것입니다. 학점이 입력되지 않은 경우 A부터 F까지의 학점 대신 성적표에 흰 별(☆)과 검은 별(★)이 입력되기 때문입니다.

검은 별 제도를 짧게 소개해보자면 검은 별은 교수님께서 원칙적 마감일인 ‘성적 입력 공식마감일’까지 저희의 성적을 공개해주시지 않으셨다는 뜻입니다. 검은 별로 가려진 학점은 약 일주일 이후인 ‘성적 강제공개일’에 강제로 공개됩니다. 이 때까지 성적이 입력되지 않았을 경우 성적이 F 처리되고, 이를 정정하는 절차가 수고롭기 때문에 ‘성적 강제공개일’은 실질적인 마지노선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뒤인 ‘성적 강제공개일’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인데, 왜 검은 별을 굳이 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로 학생들은 마감일보다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 자체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이미 시험이 끝난 뒤 몇주가 지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이어진다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 시스템을 제안한 교직원에게 연말 보너스를 바로 지급해서는 안 된다. 계좌에 뜰 보너스의 액수를 검은 별로 일주일간 가려놓은 뒤 지급해야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검은 별을 미워하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학점이 ‘성적 강제공개일’에 강제공개 되는 경우 학점에 대한 피드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성적 강제공개일 이후에는 입력된 학점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학생들이 문의를 통해 성적을 고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혹여 점수 합산에 실수가 있어 학점을 낮게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정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성적이 강제공개일까지 공개되지 않는 경우 성적을 정정할 가능성이 없어 답안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험은 부족한 부분이 어디인지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것인데, 구체적인 피드백 없이 부여된 알파벳의 학점은 막연하게만 느껴집니다. 어떤 부분에서 잘 했고 어느 부분이 미흡했는지, 다른 학생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하여 어떠하였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면 학습에 더욱 도움이 될 텐데 말입니다.

검은 별 제도는 저희 학교에만 존재하는 제도겠지만, 답안에 대한 피드백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른 많은 학교 또한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적 입력 공식 마감일까지 성적이 입력·공개되고, 학점에 대한 피드백이 활성화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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