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분야로서 금융법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변호사가 취급하는 법률 분야를 편의상 분류한 것이다. 금융법은 민법을 중심으로 하여 금융 관련 법을 포함한다고 본다. 금융이란 이자를 받고 자금을 융통하여 주는 것을 말하므로 고도로 발달한 신용사회와 결부된다. 관련 법률로는 민사집행법, 자본시장법(약칭), 채무자회생법(약칭), 신탁법 등이 주요할 것이다. 모두 깊이 공부해 두어야 한다.

민사집행법은 사법시험 과목은 아니었으나 사법연수원에서 강의를 듣고 시험도 보았다.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변호사로 생활하면 사실 법서를 학생 때처럼 통독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기회 있을 때마다 로스쿨 학생들에게 방학 때 조금이라도 시간 내어 민사집행법 교재를 읽으라고 강권하였다. 민사집행법의 기본적인 체계를 익히기 위해서이다.

신탁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신탁법은 1961년 제정된 이후 반세기 가까이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고 있다가 2011년 7월 26일 법률 제10924호로 전부 개정되었다. 그런 식으로 시행되고 있었던 법이 질과 양에 있어 비약적으로 확대된 신탁제도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법이 변화하는 현실을 훨씬 뒤처져 따라간다. 법은 현실의 변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현실에 적용하려고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신탁회사의 수탁금액이 약 400조원을 넘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신탁제도는 금융 제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개정 신탁법 제3조 제1항 제3호에서 ‘신탁의 목적, 신탁재산, 수익자 등을 특정하고 자신을 수탁자로 정한 위탁자의 선언’으로 신탁을 설정할 수 있는 신탁선언에 의한 신탁설정을 인정하였다. 물론 신탁선언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였지만 여기서 ‘신탁의 목적’은 무궁하지 않을까? 현실은 구르는 눈덩이처럼 쉼 없이 변화를 계속하여 점점 외연을 확장하여 갈 것이고(예컨대 가상화폐) 그런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법률가로서 변호사의 역할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현실과 법률의 괴리는 끝없는 법리의 탐구로 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어찌 공부하지 않고 있을 수 있는가? 신탁법을 일별하여 보면 어떠한 것과 관련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서울대 법전원 이용식 교수가 최근 출간한 형법총론 서문에 “…최상위대학에 근무하고 있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내가 일류 형법 교수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나는 발전을 멈추지는 않았다. 형법 공부를 계속했다. 형법을 배우는 게 좋다. 이 나이에도. 일생 일연구자(一生 一硏究者). 자신의 한계에 도달하고, 자신의 한계 너머를 사유하고, 자신과 달라지는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고 기술한 것을 보았다. 교수님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변호사는 비록 실무가이지만 선비의 자세로 더욱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지방에서 금융법을 전문분야로 등록한 변호사에게 기회를 주어 칼럼을 몇회 게재하게 되었는데, 과거에 취급하였던 내용을 되살려 들추다 보니 결과적으로 주제 넘게 자랑한 듯한 것도 있어서 지면에 오점을 가한 것 같아 민망하였다. 격려해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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