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여름 성남에 텃밭이 있는 후배 덕분에 텃밭 반고랑 정도 분양을 받았다.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어서 밭을 어떻게 일구고, 어떤 것을 재배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농사를 짓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다는 것과 야채,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애들이 농사를 짓게 되면 신기해 하면서 잘 먹을 것 같은 생각에 도시농부가 되었다.

먼저 땅을 갈아 엎고, 퇴비(비료) 한 포대를 쏟아 붓고 물을 뿌렸다. 그리고 후배의 추천에 따라 상추, 방울토마토, 깻잎, 고추 등 모종을 사서 심었다. 후배는 밭에서 가까운 곳에 살아서 평일에도 한번씩 와서 물을 주었고, 주말에는 나도 거의 매주 가서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았다. 나는 주말에 비가 오는 날이면, 물을 주러 가지 않아도 되기에 은근히 비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약 1개월 정도 지날 때쯤부터 부자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주말에 가서 상추, 깻잎 등을 따서 우리 가족이 실컷 먹고, 일부는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주에 가면 신기하게도 전보다 더 많은 농작물이 더 크게 자라 있었다. ‘아 내가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 부자가 될 수도 있겠다’라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모종을 사서 심고, 물을 뿌리고 공짜 햇볕을 쬐더니 내가 일용할 양식이 되어 있었다. 도시농부라 농약치는 방법도 몰랐고, 농약을 칠 정도로 크지 않은 텃밭이라 농약을 칠 이유도 없었다. 후배는 더 넓은 밭을 일구었는데, 본인이 다 먹을 수도 없다며 인심좋게 많이 나누어 주었고, 도시농부가 된 나는 진짜 유기농 농작물을 여름과 초가을까지 실컷 먹었다.

며칠 전 마트에서 깻잎 한 봉지 1120원, 고추 한 봉지 1200원, 방울토마토 1팩 5000원하는 것을 보고 선뜻 살 수 없었다. 작년 여름 도시 농부 시절이 생각났다.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한여름 뙤약볕에서, 때로 비를 맞으면서 잡초를 뽑고 땀 흘리며 첫 수확을 했던 장면과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들한테 수도 없이 물렸던 것이었다. 올해도 도시농부 시즌2를 시작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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