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법제연구원 “변호사는 공인중개사 자격 없어도 중개업무 할 수 있어” 해석 내놔
공인중개사 중개업무 독점은 국민 선택권 빼앗는 것 … 경쟁구도로 서비스 질 높여야

최근 변호사와 유사 직역 종사자 간 뜨거운 감자로는 단연 ‘트러스트부동산’ 사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로 구성된 트러스트부동산은 지난 2015년부터 홈페이지, 블로그 및 페이스북 등을 통해 부동산 매매 등과 관련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부동산 거래 금액과 상관없이 수수료를 최대 99만원까지만 받겠다고 해 다른 부동산 중개 서비스와 차별화를 뒀다.

이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중개 업무는 공인중개사 고유 영역”이라며 트러스트부동산 대표인 공승배 변호사를 고발했으며, 검찰은 공 변호사를 기소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에서는 공 변호사가 무죄를 선고받으며 변호사들의 부동산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은 무죄가 선고된 1심을 뒤집고 공 변호사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공 변호사는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철회하고 부동산 중개업무와 법률서비스를 분리·운영하는 중개법인을 출범했다.

공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심하고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 설립 목표로, 법적 논란을 마무리하고 소비자에게 누가 더 이익이 되는지를 놓고 기존 공인중개사들과 선의의 경쟁을 계속하겠다”고 전하며, 위 사건은 공인중개사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변협은 “변호사의 부동산업 수행은 적법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변협 법제연구원은 ‘변호사의 법률사무와 공인중개사의 중개업’ 연구보고서에서 “변호사는 변호사법 제3조의 직무범위에 해당하는 일반법률사무의 하나로 부동산거래에서 요구되는 법률사무를 할 수 있다”며 “변호사의 중개업무는 부동산거래에 대한 변호사의 법률사무와의 밀접성 내지 일체성을 가지므로 변호사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어도 중개업무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국민이 변호사를 통해 값싸게 부동산을 매매, 임대차할 수 있게 하는 등 변호사로부터 부동산시장에서 원스톱으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시장 전문화·안정화 도모

지난해 이은재 의원은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소관위에 접수된 상태인 위 개정안에는 중개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무자격자의 중개행위에 대한 처벌요건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은재 의원은 “현행법은 ‘중개’에 대해 ‘중개대상물에 대해 거래당사자간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으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중개행위를 양산하고 있다”며 개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개정안은 중개의 정의를 ‘중개를 목적으로 하는 중개계약, 거래상대방 탐색, 현장안내, 표시·광고, 가격협상, 권리분석, 거래계약서 작성,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작성 등의 행위’로 명시했다.

이에 변협은 개정안에 대한 여러 반대 이유를 들었다.

먼저 개정안 내 알선 개념이 불명확해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변협은 “처벌받는 행위와 형벌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알선을 ‘알선을 위한 중개계약, 거래상대방 탐색, 현장안내, 표시·광고, 가격협상, 권리분석, 거래계약서 작성,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작성 등 일체의 행위’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해 개념이 매우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어떤 행위가 처벌받는 ‘알선’에 해당하는지 국민이 알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의 행동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또 “‘알선’이란 타인의 계약이 용이하게 성립할 수 있도록 주선하는 것 즉 편의를 제공하는 사실행위”라면서 “권리분석, 거래계약서 작성,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작성은 법률사무에 해당하지만, 중개업무와 연관이 있고 공인중개사법에서 부과한 작위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공인중개사가 행할 수 있는 것일 뿐 알선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 개정안은 국민의 재산피해 및 주거불안정 우려를 야기할 것”이라고도 말한다.

변협은 “공인중개사만 믿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임대인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임차인도 과실이 있다는 판례가 있다”며 “공인중개사가 권리분석을 잘못해 매수인 또는 임차인이 소유권 등 권리를 이전받지 못하였거나 임차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고 전했다.

공인중개사가 알려준 부동산 부과 세액은 750만원이었으나 실제 납부한 세액은 7300만원인 사례도 있었다.

중개사고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사고 발생 시 지급되는 공제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공제금 지급건수는 2014년 176건, 2015년 220건, 2016년 238건으로 계속 늘어났다.

변협은 국민의 선택권 및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위해 개정안이 통과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국민은 부동산 거래의 규모와 거래가액 및 중요도에 따라 변호사와 공인중개사 중 선택할 권리가 있고, 거래에 따라 세법, 공법, 집행법 등 법률자문이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변협은 “경쟁구도는 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공인중개사가 중개업무를 독점하게 하는 위 개정안은 국민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트러스트부동산 사건 1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은 공인중개사의 독점을 원하지 않는다”며 “중개사만을 통한 부동산 거래는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개사 비용과 소송비용으로 이중부담을 주게 되므로, 국민은 변호사를 통한 원스톱서비스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서민 입장에서는 부동산 계약 시 복비도 상당히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변호사를 통해 좀 더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개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은 부동산 거래 시 반드시 변호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매매계약서 작성 등에 변호사가 참여하며, 이들은 계약의 공정성 및 우발손실 가능성 등을 검토한다. 영국에서는 변호사가 거래계약서 작성 및 등기업무를 하고 계약금은 매도인 측 변호사에게 지급해야 하며, 독일은 매매계약상 법적절차 및 계약책임 이행을 위해서 변호사나 공증인이 참여하고 이는 부동산 계약의 의무사항으로 정해져 있다.

김현 변협 협회장은 “부동산 거래 시장 전문화와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공인중개사 간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며 “부동산 매매 등은 전체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국민의 권익을 위해 개정안 통과 저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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