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외국에서도 송무는 물론 자문도 불가 … “변리사, 법률지식경험 부족”
변리사 자격자이공계 전공자도 소송전문성 키우기 위해 법전원 입학하는 추세

끊임없이 변호사 고유업무를 넘보고 있는 많은 직역으로부터 변호사 직역을 수호하기 위해 변협이 의지를 다졌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이 유사직역으로부터 변호사 직역을 수호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지난 2일 여의도에 ‘인권과 미래센터’를 신설, 국회 대관 업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공문을 통해 소송대리 등 변호사 고유업무를 넘보는 유사직역 관련 계류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직역 수호에 힘을 보태줄 것을 전국회원에게 독려하기도 했다.

변호사 업무 영역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법 개정에 따라 변호사는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할 수 없게 됐으며, 변호사 직역을 침범하는 유사직역 관련 법 제개정안도 매 국회마다 발의되는 등 변호사 직역 잠탈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대한변협신문에서는 변리사법을 시작으로, 공인중개사법, 공인노무사법, 공인탐정법, 행정사법 등 변호사 직역 잠탈을 내용으로 하는 제개정안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낱낱이 살펴볼 예정이다.

변리사에게 공동소송대리권을 주는 법안은 꾸준히 발의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김병관 의원, 주광덕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침해소송(민사소송)에 대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돼있다. 김병관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법원이 인정하는 때는 단독 소송대리권까지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외국에서도 변리사에게 별도 시험이나 자격요건 없이 모든 특허관련 소송에 (공동)소송대리권을 주지 않는다. 세계 최대 특허강국으로 알려진 미국은 특허침해소송은 물론 심결취소소송에서조차 소송대리를 변호사에게만 허용한다. 변리사는 소송대리권한이 아예 없다. 또 독일에서는 변리사가 원할 경우 법정에서 구두로 진술하는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상 감정인이나 증인과 유사한 역할을 할 뿐이다. 소장, 준비서면 등 소송서류 작성제출 등 소송과 관련된 행위는 전혀 할 수 없다.

일본, 영국, 유럽연합은 별도 시험이나 자격요건이 필요하다. 일본은 별도 시험 및 연수과정을 거치면 제한적으로 변리사가 공동소송대리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변협은 “일본의 경우 법전원 도입 전 변호사가 많지 않던 때 변리사에 대한 공동소송대리권을 허용했다”면서 “이미 변리사 자격자를 포함, 다양한 전공 지식을 가진 법전원 출신 변호사가 매년 1500명 이상 배출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일본의 과거 입법을 따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조사 결과(표 참고), 2010년부터 2017년까지 59명에 달하는 변리사가 법전원에 입학했다.

영국은 변리사가 소송수행자격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별도 교육과정을 거치고 소송인가장(Litigation Certificate)을 취득해야 한다. 또 취득한 소송인가장 종류에 따라 소송수행 범위도 제한된다.

유럽연합에서도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하기 위해서는 유럽특허소송 자격증(EPLC)을 별도로 취득해야 한다. 유럽변호사협회는 “변리사가 일반 법률 지식, 경험, 교육이 부족하므로 변리사에 대한 소송대리권 부여는 특허소송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법전원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법전원은 2009년 다양한 전공지식과 경험을 가진 변호사가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법적 소양과 더불어 과학기술 등 이공계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충분한 변호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조사 결과(1면 표 참고),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이공계 전공자 중 1714명이 법전원에 입학했다. 아울러 서울대, 서강대 등 다수 법전원에서는 지식재산권 분야를 전문 분야로 채택하고 체계적인 특성화교육을 하고 있다.

변리사 등록을 원하는 변호사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변리사 등록을 위한 집합교육을 마친 변호사 대부분이 현장연수기관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A 변호사는 “이렇게 현장연수기관을 확보하지 못한 변호사가 변리사로 등록하지 못 하면, 나중에 변리사 일을 하는 변호사가 없다면서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는 길을 막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변리사시험만으로는 소송수행능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변리사는 자격 취득을 위해 민법개론, 민사소송법 외에는 소송수행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 또 변리사법 제4조의3에 따라 특허청 퇴직 공무원은 일부 시험을 면제 받아 소송수행 관련 시험을 아예 치르지 않기도 한다. 민법, 민사소송법 지식을 검증받지 않은 채 변리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539명(2016년 기준)이다.

변협은 특허청과 변리사 영문 명칭 문제로 한 차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변협은 지난해 10월 특허청에 변리사법상 변리사 영문 명칭을 ‘Patent Attorney’로 표기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변리사가 ‘Attorney’가 들어간 명칭을 외국에서 쓸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특허소송대리는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가 하고, 변리사(patent agent)는 소송대리 권한이 없다. 변협은 명칭 정정을 위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 협회장은 “법전원 도입 취지를 살리고, 변호사가 정당한 권리를 잃지 않도록 잠탈 시도를 단호히 막아내겠다”면서 “앞으로 국민에게 변호사와 유사 직역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왜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해야만 하는지를 적극 알릴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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