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은나라 때 이미 왕위세습과 적장자계승에 의한 재산 상속이 인정되었고, 구약성경에는 야곱이 에서의 장자권을 가로챈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상속은 사유재산제도의 반영이며 인류 문명과 함께 발전해 왔다. 사유재산이 부정되는 국가에서는 엄밀한 의미의 상속은 인정되지 않는다. 러시아 혁명 후 구소련은 사유재산과 함께 상속을 폐지하였으나, 소비재와 근로소득의 사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1만 루블 한도에서 상속을 인정하고, 1922년 근로의욕고취 등을 이유로 상속제도를 다시 부활시켰다.

이와 같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유재산제도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한 상속제도를 폐지할 수는 없다. 자신의 재산을 유산으로 남기고자 하는 피상속인의 권리 및 상속권은 인간의 기본권 중의 하나이고, 그 본질적인 내용은 국가나 법이 침해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헌재도 “입법자가 상속제도와 상속권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그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유산세 방식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OECD 국가들 중에서 이미 가장 높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재벌들의 변칙상속, 일감몰아주기 등의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의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고세액공제율의 축소, 최고세율 과표구간의 조정이 논의되고 있고, 최고세율 60%구간의 신설, 가업상속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 “과세 형평 제고를 위해”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과세체계를 개편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상속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여론이 이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상속세가 세수의 확보보다는 부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는 믿음에 따른 과세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는 상속세를 완화하는 추세이다. 자유주의 전통이 강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과 EU를 중심으로 많은 나라들이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하였다. 미국도 상속세를 완화하였다. 다수당인 공화당은 ‘이제는 민간과 기업에 부를 남겨두는 것이 국가가 관여하는 것보다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로버트 니스벳은 “자유의 일관된 목적은 개인과 가족재산을 보호하는 것인 반면, 평등의 고유한 목적은…물질적·비물질적 가치를 재분배하거나 평준화하는 것”이라 하였다. 개인과 가족재산을 존중하는 보수주의자들과 평등이 자유의 토대가 된다고 보는 진보주의자들이 상속세 문제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속권의 본질적 내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으로 합의 가능한 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입법자들과 법률가들의 책무이다. 상속세는 각 나라의 관련 세제와 현실을 반영한다. 또한 상속과 상속세는 재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상속권은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이므로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하이에크는 “과거 어느 시기에도 경제문제에서의 자유가 없이 개인적, 정치적 자유가 있어 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양대 헌법적 가치를 어떻게 지혜롭게 조율할 것인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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