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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판결]사람의 비명소리나 사물에서 나는 소리는 대화나 진술에 해당하지 않는다 - 2017. 3. 15. 선고 2016도19843 판결
심희기 연세대 법전원 교수  |  hgs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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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호] 승인 2018.01.01  09: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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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안

D는 레스토랑 공동경영 문제로 V(33세·여)와 갈등을 겪자, “V를 협박하면서 손을 잡아 비틀고 손을 잡아끌어 벽에 부딪치게 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 측 증인 O(평소 V와 친분이 있던 사람)는 공판정에서 V와 휴대전화로 통화를 마친 후 전화가 끊기지 않은 상태에서 “1&sim2분간 몸싸움을 연상시키는 ‘악’ 소리와 ‘우당탕’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하였다. 검사는 전화를 통해 비명과 소음을 들었다는 O의 진술(법정증언)을 D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지목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제1심은 700만원, 항소심은 600만원)을 선고하였다. D의 변호인은 “‘우당탕’하는 소리와 ‘악’하는 V의 비명을 들었다는 O의 진술은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이 보호하고 있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청취에 해당하고, 이 같은 타인 간의 대화를 청취한 내용은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통비법 제14조 제2항, 제1항, 제4조)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2. 쟁점

통비법은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하는 것을 입법 목적으로 하여,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조). 이에 따라 누구든지 위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고(제3조 제1항 본문),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함으로써 취득한 대화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제14조 제2항, 제1항, 제4조).

‘우당탕’하는 소리와 ‘악’하는 비명 소리가 통비법이 보호하는 대화에 해당한다면 O의 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 사안의 쟁점은 직접적으로는 ‘우당탕’하는 소리(sound)와 ‘악’하는 비명 소리(unintended voice)가 통비법이 보호하는 대화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이다. D의 변호인은 ‘우당탕’하는 소리와 ‘악’하는 비명 소리가 통비법이 보호하는 대화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소리가 증거로 사용되면 피고인 D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략 다음과 같은 3가지 점이다.

첫째, “통비법에서 보호하는 타인 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가리키므로 “사람의 육성이 아닌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몸싸움하는 소리)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과 “사람의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말이 아닌 단순한 비명소리나 탄식 등은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매우 자연스러운 논증이다.

둘째, 사생활보호 관점에서 고려할 점이다. 전화로 통화를 하다가 대화(의사소통)를 마친 후 전화가 끊기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의 주거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를 방치하면 사생활보호에 소홀하게 될 지 모른다. 여기서 본 판결은 “대화에 속하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가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면,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를 덧붙이고 있다. 다만 이 사안에서는 이 소리들을 증거로 허용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었고 이 결론도 자연스러운 논증이다.

셋째, 본 판결의 정신은 전문법칙의 적용대상인 진술(형소법 제312조 이하)의 해석론에도 유추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안의 소리가 통비법이 보호하는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만약 D의 변호인이 ‘악’하는 비명소리의 원진술자는 V이므로 이 비명소리를 증거로 삼으려면 형소법 제316조 제2항의 적용이 있다고 주장하면 이 소리들을 증거로 사용하는데 또 하나의 제약이 있는 셈이다. 사물이나 동물의 소리(sound)는 사람의 진술(statement of a person)이 아니므로 전문법칙의 적용이 없고, 또 ‘악’ 하는 비명소리(voice)는 사람의 소리이지만 거기에는 의도된 주장(an intended assertion)이 없으므로 역시 전문법칙의 적용이 없다(미국 연방 증거규칙)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 판결은 통비법 제4조, 제14조의 해석과 관련된 판결이지만 간접적으로 전문법칙의 적용대상으로서의 진술의 해석과 관련하여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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