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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나침반]채무자의 고통, 법관의 고민
오수근 이화여대 법전원 교수  |  soh@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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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호] 승인 2017.12.25  10: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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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1월 24일 국회에서 중요한 법률 개정이 있었다. 채무자회생법을 개정하여 개인회생의 최대 변제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였다.

변제기간이 5년이라는 것은 5년 동안 최저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개인회생절차에서는 변제기간 중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가용소득 전부를 변제에 사용하게 한다. 법은 채권자의 이의가 있는 경우에만 가용소득 전부를 변제하도록 규정하지만 지금까지 이의가 없는 경우에도 그렇게 운영되었다.

문제는 최저생계비 산정이다. 실무에서는 가족수 별로 중위소득의 60%를 기준으로 최저생계비를 산정한다. 2017년 3인 가구의 최저생계비가 218만원이다. 이 돈으로 월세내고, 밥 먹고, 아이 학교 보내고, 직장생활 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그렇게 5년을 버텨야 나머지 채무가 면제된다.

성인은 피부양자가 아니라서 대학생은 학비는 물론이고 생활비도 자기가 벌어야 한다. 4인 가정에서 전업주부가 2명의 자녀를 키우면 세 사람의 최저생계비로 네 사람이 살아야 한다. 그 흔한 학원 하나 보낼 수 없다. 제대로 양육되고 교육받지 못하면 어떻게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로 5년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지 못하고 계속 돌려막기를 하는 채무자가 적지 않다. 결국 과중채무자들은 5년 동안 비정상적으로 살거나 빚을 계속 늘리면서 살게 된다.

이제 그 기간이 3년으로 단축되어 채무자들은 조금 숨 쉴 공간을 갖게 되었다. 입법을 위해 수고한 공익활동가들과 국회의원의 노고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법원은 숙제를 안게 되었다. 법이 시행되는 내년 6월 13일 이후 신청하는 사건은 변제기간이 3년인데 시행일 전 사건이 문제이다. 시행일 전 사건에 모두 5년을 적용하자는 사람은 없겠지만, 진행 중인 사건에 ‘인가시부터 3년’을 적용할지 ‘시행일부터 3년’을 적용할지가 문제이다.

해석자는 입법의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도록 해석하여 적용하여야 한다. 채무자회생법이 채무자의 회생을 위한 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변제기간이 단축된 것은 모든 채무자에게 적용하여야 한다. 법리적으로도 의무를 가중하는 소급적용은 금지되지만 의무를 덜어주는 소급적용은 허용되어 왔다.

채무자회생법에는 인가된 변제계획의 변경을 허용하는 규정이 있고 그 요건을 명시하지 않았다. 기왕의 해석론은 채무자의 상황변화를 주로 상정했지만 이번처럼 중요한 규범의 변화도 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3년 이상 변제한 채무자부터 순차적으로 변제계획 변경을 통해서 변제기간을 3년으로 축소해야 한다.

변제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채무자 당사자에게도 절박한 문제지만 경제 전반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5년 동안 변제계획 인가를 받은 채무자가 35만명을 넘는다. 3인 가족을 상정하면 100만명의 삶에 새 희망을 주는 일이다.

‘인가시부터 3년’을 적용하면 채권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걱정할 수 있다. 개인회생절차에 있는 채권자들은 우리가 아는 은행이나 보험사가 아니다. 금융기관들은 이미 대손충당을 하고 부실채권을 대부분 대부업체나 자산유동화회사에 매각하거나 채권추심회사에 넘겼다. 법이 누구를 더 보호해야 하는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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