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일들이 많았다. 예상치 않은 재난과 사고, 얼마 전까지 공직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했는데 적폐청산 대상으로 재판받는 공직자들, 수사를 받다가 자살에 이른 검사들까지.

인생에선 좋은 일들과 나쁜 일들이 병존한다. 좋은 날만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구름 낀 하늘이 영원하지 않듯이 인생에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는 법이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아니 늘 어려운 일들이 주변에 있다. 다만 어려운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뿐이다.

예기치 않은 역경을 당했을 때 즐거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너무 고통스럽기만 하다. 타인이 겪는 역경을 보면서는 제3자적 시각에서 조언을 한다. 그러나 내게 역경이 닥쳤을 때는 세상이 끝난 것처럼 생각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남들에게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조언했듯이 내게도 조언해주면 그 어려움을 객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자신을 좀 더 알게 되는 것 같다. 고통은 우리가 하던 일을 포기하게 할 수도 있다. 반면 고통과 마주하다 보면 나와 대화하며 나를 찾게 되어 생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키고, 우리가 미루던 것을 실행하게 하기도 하고, 피하고 싶은 문제를 마주하여 처리하게 할 수도 있다. 즉 고통은 내가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지 직시하게 한다.

살아가면서 겪는 일 중에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거기에서 달아나려고 발버둥 치더라도 헤어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바로 그 순간에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기죽거나 화내거나 포기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발판 삼아 새로운 시도를 해 보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하나의 어려움을 해결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어려움이 올 수 있다. 하지만 다가오는 어려움을 하나씩 처리함으로써 우리는 한층 단단해진다. 삶이 주는 고통에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하며 차분히 대응하면, 모든 어려움은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장할 수도 있고 후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자.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태사형직에서 파면되고 궁형을 당하여 수치스러워 자살하려다 자살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고대 중국에서 가장 위대한 역사서인 ‘사기’를 썼던 사마천과 인생의 황금기인 30대 후반에 유배지에서 거의 1년 동안 공황상태로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권력의 상실감과 배신감, 유배지에서의 외로움, 모욕감, 경제적 고통 등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고난과 싸우며 18년 유배생활 동안 500여권의 저술을 남겨 최고의 실학자로서 오늘날까지 공직자등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다산 정약용 선생을.

평안의 기도문이 생각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평안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를, 또한 그 두 가지를 구분할 지혜를 내게 허락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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