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세무사법 개정 규탄 및 법조유사직역 정비 촉구대회에 700여명 참석

입법지원처 신설해 대국회활동 … 정부·국회에 세무사법 폐기·정책 재검토 촉구

세무사법 개정에 분노한 변호사, 법전원 교수들과 법전원생들이 세무사법 폐기를 향한 일념 하나로 똘똘 뭉쳤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22일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세무사법 개정 규탄 및 법조유사직역 정비 촉구대회(이하 ‘촉구대회’)를 개최했다. 변호사 제도와 법전원 제도를 흔드는 세무사법 개정을 규탄하고, 더 나아가 법조유사직역 정비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변호사에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규정을 삭제한 세무사법은 내달부터 시행된다.

적의 총탄과 화살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는 변협 집행부의 말에 변협 임직원 82명뿐 아니라 각 지방변호사회와 법무법인, 법조인 단체에서도 촉구대회에 적극 동참했다. 이날 모인 700여명은 한목소리로 세무사법 폐기와 법조유사직역 통합을 외쳤다.

김현 협회장은 이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국회의장과 3당대표의 밀실야합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어떤 분야에서든 법률 업무는 변호사 고유 업무이며 개정 세무사법이 위헌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다른 유사직역에서 이를 침범하는 시도를 결코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선포했다.

“정부는 법조인력수급정책을 정비하라!” 김현 협회장이 외친 한 마디로 촉구대회가 시작됐다. 뒤이어 이정호 경기중앙회 회장, 이찬희 서울회 회장, 이채문 부산회 회장, 이형규 법전원협의회 이사장, 권오걸 경북대 법전원 원장, 김희준 변호사가 자유발언을 했다.

이정호 회장은 “다른 전문직역이 국민을 도와준다면 우리도 적극 환영할 수 있지만, 그것을 꼭 소송대리를 통해서 할 필요는 없다”면서 “독일에서도 다른 전문직역이 진술권, 감정 등을 통해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미 세법 관련 업무는 세무사, 노동은 노무사, 특허는 변리사에게 맡겨서 직역을 일부분 박탈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 고유업무인 소송 대리까지 달라고 하는 통탄할 만한 현실 속에 있다”고 한탄했다.

이찬희 회장은 “원칙에 따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수행하는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채문 회장은 “국민 개개인에게 변호사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고 사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이형규 이사장은 “세무사법 개정은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권오걸 원장은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갖춘 법률전문가가 국민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전원을 도입했으나 오히려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가로막고 시대에 역행하는 법안들이 법률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변리사 교육을 수료한 김희준 변호사(변시 6회)는 “공대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지적재산권 특성화 법전원에 진학해 관련 모든 수업을 듣고 지적재산권을 선택법으로 해서 변호사시험을 합격했다”면서 “대부분 기관에서 변호사를 받아주지 않아 변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올해 변호사 31명이 변리사 자격 취득을 위해 집합교육을 수료했으나 6명만 현장연수기관을 확보했다”면서 “결국 변리사 일을 하는 변호사가 없다는 이유로 세무사법처럼 변리사법도 개정하려 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렇게 많은 변호사가 같은 목적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변협에서 촉구대회를 공지하자마자 전국에서는 촉구대회에 동참하겠다는 연락이 쇄도했다. A 변호사는 “재판을 연기해서라도 동참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혔다.

대형로펌뿐 아니라 김현 협회장이 세운 법무법인 세창에서도 다수 변호사가 함께 피켓을 들었다. 이 밖에도 한국사내변호사회, 세계한인법률가회,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법조인협회, (사)한국법학교수회, 대한특허변호사회 등이 함께 거리로 나섰다.

변협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세무사뿐 아니라 다른 유사직역도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에는 성명을 내고 “위헌적인 개정 세무사법을 즉각 폐기하고 로스쿨 제도에 반하는 법조직역 인력 수급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국회와 정부에 촉구했다.

변호사는 유사직역이 많은 직업이다. 변호사가 세무 대리 등 법률업무를 하지 못 하게 하거나 유사직역이 소송대리를 가능토록 하는 법안도 매 국회마다 발의되고 있다.

특히 변리사와는 가장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2015년까지는 변호사 자격자에게 무조건 변리사 자격을 줬으나, 2016년부터는 개정 변리사법에 따라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집합교육과 현장연수를 이수해야 한다. 변리사로 등록하지 않은 변호사가 특허심판을 대리하지 못하는 위법한 실무관행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특허심판 대리는 변호사법 제3조 변호사 직무에 해당하지만 변리사법상 변리사가 아닌 자는 대리 업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대한변리사회는 변리 업무 영역을 담당하는 변호사 단체인 대한특허변호사회 김승열 전 회장을 제명처분하기도 했다. 이 처분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무효판결을 받았다.

행정사 역시 소송대리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일정 교육을 이수한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청구 대리, 법제 등에 대한 상담 또는 자문을 가능토록 한 행정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변협이 적극 반발해 해당 내용이 제외됐다.

공인중개사와의 격론도 쭉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이슈는 트러스트부동산 사건이다. 트러스트부동산(대표 공승배 변호사)은 부동산 계약 시 법률사무를 도와주며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등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중개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공승배 변호사는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아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지난 21일 상고를 취하하고 공인중개사와 협업하겠다고 밝혔다.

변협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국회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B 변호사는 “역대 변협 협회장 중 이 정도로 대국회활동을 열심히 한 협회장은 없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에는 긴급상정으로 인해 미처 이를 막을 시간이 부족했지만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변협이 국회 대관업무를 더욱 열심히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변협은 국회 대관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입법지원처를 신설해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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