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두 번째로 착륙한 사람의 이름은? 사람들이 1등이 아닌 2등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 한다는 점을 짚은, 한때 세간을 강타했던 질문입니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이 질문의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물음이 처음 던져질 때, 사람들은 답을 알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달에 첫 번째로 착륙한 닐암스트롱의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스쿨에서 수많은 닐 암스트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르침을 주시는 교수님들과, 실무자님들, 연사님들은 물론이고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까지, 최연소·수석·차석 등의 수식어를 가진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본 공간은 처음이었습니다.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은 그들을 닮아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바 이러한 공간에 오게 된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배부른 아쉬움이 있습니다. 항상 성공해왔고, 앞으로도 성공할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주어지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교수님들께서 전해주시는 실무 이야기는 결국 그 직역의 최고 에이스들이 바라보는 실무입니다. 또한 각 직역을 소개하는 설명회는 그 직역에서 최고로 잘 적응한 사람들이 어떠한 보상을 받는지 소개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①각 직역에서 조금은 덜 적응한 사람들은 어떠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②최고로 잘 적응한 사람들의 삶에서도 존재하는 그늘은 무엇일지는 매우 알기 어렵습니다.

물론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분명 경쟁에서 밀리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변호사시험만 보아도, 합격률이 50%대인 이상 불합격자는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조금은 어두운 부분들은 저희에게 달의 후면보다 더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습니다. 로스쿨생의 삶이 힘든 이유는 객관적으로 무거운 학업의 부담이나 치열한 경쟁보다도, 바닥을 알지 못함에서 오는 불안감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덮여 있는 공중화장실의 변기 뚜껑처럼 막상 열어보면 나름대로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닫혀있어 괜히 상상력을 자극해 불안한 것이지요.

직업학교인 로스쿨에서의 3년은 훈련 과정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평생이 될 지도 모르는 미래를 선택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하는 사람이 없는데 인생을 거는 투자에 각 선택지의 기댓값 -최댓값과 최솟값, 빈도수를 모두 고려한 값-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답답한 일입니다.

빛과 그림자를 모두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자를 알려주신다면, 극복하는 용기는 저희가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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