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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회_해시태그]아이들은 아이들이고, 그러니까 아이들이다
박정교 변호사·전북회  |  pjg7d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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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호] 승인 2017.12.18  09: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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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초등학생 살해 사건 이후 소년법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사법시험 면접 때 판사 출신 면접관이 밀양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면서 그 사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나는 격앙된 목소리로 아이들이라고 해서 선처를 해주면 더 많은 청소년 범죄가 양산될 것이고, 그 아이들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을 테니 소년범들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일벌백계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나는 그랬다. 그때 그분은 그 사건을 보면서 어른으로서 부끄럽다고 하셨다. 나는 그게 뭔 소린가 했다. 그때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검찰 시보 시절에 소년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여자 친구와 같이 있고 싶어서 가출을 한 후 물건과 돈을 훔치며 떠돌다 전주까지 온 아이였다. 그 아이는 길에서 만난 유기견 병원비를 위해 훔친 장물을 팔다가 체포된 것이었다.

덩치는 이미 성인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직은 아이였다. 이미 전과가 누적되어 형사 재판으로 넘어갈 수순이었지만 내 판단에 그 아이에게는 또 한번의 기회가 필요해 보였다. 부장검사님의 허락을 받기 위해 그 아이에게 소년부 송치가 필요한 이유를 적은 장문의 의견서를 썼다. 그때서야 나는 그 면접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태어날 때부터 없었다, 엄마도 중증장애인이어서 거동이 자유롭지 않았다, 너무나 가난했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물도, 붙임성도 없는 그 아이의 죄명은 판결문 첫 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았다. 증거기록 어디에도 그 아이에 대해 좋은 말을 해준 사람이 없었다. 도대체 그 아이는 지금까지 어떤 시선들 속에서 살아온 것일까.

법정에서 최후변론으로 그 아이가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던 중에 목이 메어왔다. 스스로도 당황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그 아이의 삶에서 자신을 위해 울어준 변호사가 있었다는 기억은 남게 되었으니 말이다.

차만 보면 훔쳐서 달아나는 아이가 있었다. 갓난아이 때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아버지는 그 아이와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서 새엄마와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엄마는 기억조차 없으니 원망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아버지와 같이 살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아이의 심리상담센터 선생님은 아이가 매사에 적극적이지 않고 성실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래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기를 바라보면서 기대하고, 실망하고, 웃어주고, 야단치고, 화낼 사람이 없다면 뭔가를 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생각이 들까. 꿈도 자신을 바라봐주는 사람과 함께여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부모님의 보살핌이 없었던 그 아이는 한번도 소년부 송치를 받아보지 못했고, 너무 어린 나이에 실형을 선고 받아야 했다. 아직 너무나 앳된 얼굴인데. 변호인 접견을 하면서 “너는 잘 살아야지, 그래서 너희 엄마, 아빠가 너에게 주지는 못했지만 너는 좋은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예쁘게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라는 말을 하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민법상 온전히 혼자서 법률행위도 할 수 없고, 선거권도 없는데 형사처벌은 어른과 같이 받으라고?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일 뿐이고, 그러니까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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