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9월 한국여성변호사회 상임이사회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와 함께 바자회를 개최하자는 안건이 회부되었는데, 우리 열정적인 상임이사님들 모두 “재밌겠다. 해보지요”라며 반대의견 하나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수년 전 진행한 바자회가 아나바다 정신에 입각하여 진행된 때문인지 수익이 크지 않았던 기억에 과연 바자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부랴부랴 바자회 TF팀을 모집하였다. 바자회 목표금액을 얼마로 잡을 것이냐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5000만원? 3000만원?” 역시 우리 여성변호사님들은 엄청나게 통이 크시다. 저 기대치를 맞출 수 있을까.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는 것만 같았다.

거기다 바자회 일주일 전 물품을 점검하러 갔는데 물품의 종류와 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서울회에서 제공한 변호사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을 이 물품들로 채울 수 있을까, 북적북적하고 신나는 장터 분위기가 연출이 될까’ 하는 걱정에 그날부터 바자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나 매번 벼락치기를 하는 습관은 나만 있었던 것은 아닌가보다. 다행히도 바자회 TF팀을 비롯, 우리 여변 이사님들, 서울회 임원분들 그리고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님들, 일반회원들께서 소장품을 선뜻 기증하여 주셨고 후원금도 기부하여 주신 덕분에 마지막 1주일 동안 모인 기증 물품들이 풍성해서 제법 모양새를 갖출 수가 있을 정도가 되었다.

판매 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책으로 사전에 상품권을 발행하여 바자회 시작 전에 상품권도 꽤 판매하였기에 그나마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

행사당일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판매를 담당한 여성변호사님들은 식사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물건을 파느라 정신이 없었고 재고가 많이 남을 것 같은 물건들은 애교 섞인 강매로 팔아치우기도 하였다. 역시 우리 여성변호사님들은 닥치면 못하는 일이 없는 능력자들인 것 같다. 행사를 치를 때면 신경을 쓰느라 이마에 내천 자를 그리고서는 행사를 즐기지 못하는 게 내 처지였는데, 이번 바자회 때도 그 전날부터 당일까지 사무실에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행사장에서 종종거려야만 했고 행사 당일도 두통이 겹쳐 역시나 인상을 쓰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바자회가 끝난 이후에도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있었다. 호기롭게 900개를 주문한 마스크팩을 200여개도 채 판매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떠안게 되어 주말 내내 공보이사님과 같이 카톡 판매를 하느라 쉬지도 못했다. 다행히 물건은 다 처분하였지만 희한하게도 왠지 돈이 비는 우리 계좌를 보면서 “역시 우리는 장사하면 안 돼”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바자회 정산을 끝내고 나니 ‘어랏. 이게 웬일이지? 언제 이렇게 많이 팔았지?’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는지 기대 이상의 수익을 얻은 것이 확인되었다.

바자회로 우리 여변이 아동학대 피해자 지원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얼마간의 자금을 마련해 놓으니 마치 고생스럽게 김장을 마치고 일년 먹을 김치 거리를 마련해 놓은 것 같은 든든한 마음이 든다. ‘다시 해볼까. 바자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든다. 이렇게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