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이 되면 국제사회는 스위스 제네바에 소재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 관심을 갖고 각국 언론에서도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곤 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26위를 기록하였고, 4년 연속 순위가 정체된 배경을 두고 국내외 언론의 분석 기사가 경쟁적으로 게재되었다.

올해 언론 보도에서 예년과 다른 부분이라면 정부가 4년만에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고 범정부적인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는 소식이었다. 흔히 국력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미국이나 중국을 우선 떠올리게 될 터인데,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올해를 포함, 9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나라는 다름 아닌 스위스였다.

1979년 이래 매년 국가경쟁력을 측정해온 WEF는 국가경쟁력을 한 국가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제도, 정책 그리고 다양한 요소의 총합이라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국가 경쟁력의 기본 개념은 생산성 개선이 경제성장과 수입의 증가를 가져오고 결국 이는 인간의 복지(human welfare)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력이나 GDP 순위와 같은 물질적인 지표와 달리 국가경쟁력 개념 속에는 국민행복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인간 복지라는 무형 요소가 담겨져 있다는데 주목하고 싶다.

4년 연속 26위 항상 20위권을 맴도는 우리에게도 2007년 세계 11위, 아시아 3위라는 상위권을 기록한 그런 가슴 벅찬 때가 있었다. 당시 우리는 한미 FTA 타결 등 국내외 갈등과 논란에도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혁신노력을 거듭하던 해였다.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가 다시 26위권을 맴돌고 있는 동안 중국은 35위에서 27위로 올라섰고, 동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2위, 일본이 8위, 대만이 14위, 말레이시아가 25위로 상위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매년 우리나라의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분야가 제도적 요인과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이고, 올해에도 협조적 노사관계(130위), 정리해고비용(112위) 부분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꺼풀만 더 벗기고 본다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단순히 노동시장의 유연화만이 경쟁력 제고의 지름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WEF는 유연한 노동시장과 노동자 권리가 상호배타적이지 않으며, 실제로 국가경쟁력 상위 국가들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에 앞서 노동자 권리와 복지라는 든든한 보호막(robust protection)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높은 고용율과 낮은 불평등을 달성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제 다시 9년 연속 1위이자 올해 역대 최고 평가를 기록한 스위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스위스 생활이 두 번째인 필자이지만 여전히 스위스 경쟁력의 비밀에 대한 속시원하고 분명한 설명이 쉽지는 않다.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로운 풍경 속에 감추어진 부동의 경쟁력 1위의 비결이 여야 구분이 어려운 연합정부 제도의 강점인지, 1년에 최소 네 차례 이상 전국민 투표를 하는 직접 민주제의 힘인지, 4개의 서로 다른 언어와 인종으로 구성된 다양성 아래 통합이 주는 저력인지, 답은 여전히 쉽지 않다. 다만, 얼마 전 이곳 국제기구에 근무 중인 스위스인 직원과 점심을 하다가 문득 스위스 경쟁력의 비결에 대해 물었을 때 별 고민 없이 ‘원칙의 존중’이라는 평범한 답을 들었던 기억이 고지식하다고 할 만큼 규정을 중시하는 완고한 스위스인의 이미지와 함께 계속 맴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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