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변호사가 세무사 등록 못 하게 한 세무사법 위헌법률심판 결정 이후 논의해야”
국민, 변호사에게 기장세무조정조세심판세무소송 일괄처리 맡길 기회 박탈 우려돼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규정 삭제를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이번에도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 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세무사법 개정안(이하 ‘개정안’) 처리를 보류했다. 오는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회기 내 개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 제49대 집행부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 모여 개정안에 대한 변협 의견이 담긴 자료를 전달하며 장외투쟁(사진)을 계속했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등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이형규)와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회장 최창훈) 등도 변협과 함께 개정안 반대의 뜻을 알렸다.

개정안 보류에는 김현 변협 협회장이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이다.

변협은 개정안과 변호사법의 충돌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변호사는 변호사법 제3조에 따라 세무 대리를 포함한 법률사무를 직무로 한다. 반면 개정안은 세무사만 세무대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무대리도 변호사 고유업무인 법률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변호사가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 하게 한 세무사법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2015헌가19) 결과를 기다려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심판에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다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은 헌법에 반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변호사가 세무사등록부나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세무대리 업무를 원천봉쇄한 것은 헌법 제15조(직업 수행의 자유), 제11조 제1항(평등의 원칙), 제37조 제2항(기본권의 본질적인 침해 금지)에 위반된다고 볼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은 변호사 한명으로 기장-세무조정-조세심판-세무소송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일괄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현재 국민은 기장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세무사에게, 소송대리는 변호사에게 맡길 것인지 또는 세무대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변호사에게 맡길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개정안이 법전원 도입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국민에게 다양한 법률서비스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매년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지닌 1600여명이 변호사로 배출되고 있는데 개정안은 변호사 업무를 오히려 축소함으로써 변호사가 설 자리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변협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날까지 국회의원 면담과 1인 시위 등을 지속할 계획이다. 1인 릴레이 시위에는 변협 임직원뿐 아니라 개인 변호사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지난 1일 시위에 참여한 양태정 변호사는 “개정안은 국민을 위한 세무 서비스 향상에 역행하는 내용”이라면서 “기장부터 행정소송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오는 5일 1인 시위에 참여하기로 한 정수경 변호사(연수원 39기)는 “이런 식으로 입법이 이뤄지면 누가 국회를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법전원 도입시 한 말과 현재 양상이 전혀 다르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 했다. 또 “변협이 기자회견, 국회의원 면담과 시위 등 방법을 모두 동원해 개정안 통과를 적극 막아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변협은 지난달 20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이 합의해 개정안을 직권상정한다는 소식에 즉시 성명을 내고, 1인 릴레이시위와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정세균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하고, 3당 원내대표를 설득한 끝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합의를 유보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