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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변카페]영화 ‘퀴즈쇼’ 생각
최익구 변호사  |  liberal-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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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호] 승인 2017.11.27  10: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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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1950년대 미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퀴즈쇼(1994)’는 법률가가 곱씹어 볼만한 이야기다. NBC 방송사 관계자와 광고주가 ‘Twenty One’이란 퀴즈 쇼의 시청률을 높이려고 우승자로 내정한 출연자에게 미리 문제와 답을 알려주며 승부를 조작한 행위를 의회 청문회에서 밝혀가는 내용이다.

의혹을 파헤친 건 변호사 딕 굿윈이다. 굿윈은 방송사가 퀴즈쇼를 사전 연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한다. 그런데 그 무렵 타임지 표지 모델이 될 정도로 가장 인기 많은 우승자인 찰스 반 도렌 교수는 한사코 문제 유출을 부인한다. 굿윈은 반 도렌이 자발적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접근하고 차분하게 기다린다.

굿윈이 애면글면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굿윈의 배우자는 당신은 반 도렌보다 열배 더 똑똑하고, 열배 더 인간적인데도 그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며 망설이지 말고 반 도렌을 당장 청문회에 세우라고 조언한다. 굿윈이 아내의 충고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굿윈은 매카시즘처럼 누군가를 잡기만 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소신을 품었다. 방송사 관계자, 광고주와 관련한 구조적 비리 개혁이 목표일 뿐 그 과정에서 현혹되었던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일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반 도렌은 이미 충분한 명성을 누리고 있었지만 끝내 검은 제의를 뿌리치지 못했다. 그러나 진지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였고 청문회장에서 빌린 날개로 너무 높이 날았다고 고백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상대방을 책망하는 일을 종종 맡는다. 굿윈에게서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는 부끄럽게 만드는 기품을 배운다. 변호사의 소명에 부여된 권한이 적잖다 보니 각종 유혹이 찾아온다. 반 도렌에게서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꾸짖는 용기를 배운다.

자기와 타인에게 동등한 잣대를 들이대기란 어렵다. 하물며 자신에게 더 촘촘한 체를 들이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도 나에 대한 쳇구멍이 너무 성기지는 않은지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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