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대한변협이 지난 20일 오후 7시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제51회 변협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강연자로 강단에 올라‘고용 우선의 경제 운용’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병원 회장은 1975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시작으로 공직사회에 진출했다. 이후 대통령 비서실(서기관), 재정경제부 예산총괄과장, 경제정책국장을 거쳐 2005년에는 차관에 올랐다.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박병원 회장은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경제인답게 박병원 회장의 이날 강의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고용’이었다.

“고용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수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서는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것이 현실이고, 그렇기에 효율적인 제도가 정착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실제 이루어지거나 논의되는 정책을 보면 일자리 창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통신비 인하이슈를 보아도, 통신사의 이익 감소로 인해 결국에는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기존 3만원대에 제공하던 기초 통신요금을 2만원으로 내리는 ‘보편요금제’와 통신비 선택약정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내리는 정책을 추진하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존에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만들었던 알뜰폰 시장이 타격을 입는 등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2016년 3.7%로 일견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박병원 회장은 실업률 자체도 우리가 통계로 보는 수치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실업률 통계에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비임금 근로자’까지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어 실제 체감 실업률과는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러한 비임금 근로자 비율은 1998년 38.3%에서 2016년 25.5%로 감소세에 있습니다만 현재도 높은 수준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반 이상 줄여야 할 것입니다.”

박병원 회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적정 수준으로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다양한 통계를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통계에 따르면 1991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일자리 수는 연평균 6만~7만개 가량 감소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취업자 증감자료에 따르면 전체 일자리 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사회복지분야 취업자 수에 기인합니다.

이것은 결국 ‘50대 여성의 파트타임 일자리’의 전형으로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사회복지분야 취업자 증가수가 전체 취업자 증가 수의 15% 수준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때에는 무려 53%를 차지했으며, 박근혜 정부 때에도 29%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박병원 회장은 우리나라 전체 산업부문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이를 수출로써 극복하고 있습니다만, 서비스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변호사와 의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업에게도 의료사업의 길을 열어 줘야 합니다. 관광과 교육 분야도 매우 심각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국인의 해외 수요를 국내 수요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합니다.

농업도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 농업은 아직까지도 식량농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벼와 보리, 감자와 같은 경우 우리나라 날씨에 적합하지 않으며 축산업, 특히 소의 경우 현재 소 여물을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 등 채산성이 낮습니다.”

박병원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복안도 함께 제시했다.

“서비스업과 농업 모두 우리나라가 제조업을 발전시켰던 방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처럼 모방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계나 장비가 아닌 전문 인력을 유치하고, 서비스업에 관련된 투자 자체를 유치해야 합니다. 투자유치는 곧 고객유치로 이어집니다.

농업도 기존 식량농업을 탈피해 자본과 기술·경영·마케팅 기법을 총동원해 고급 식품 시장에 진출하는 등 ‘고부가가치 농업’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일자리 우선의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어떠한 대가라도 치르겠다라는 각오를 다지고, 정부 또한 정책결정 시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박병원 회장은 최근 시행되고 있는 일자리 정책이나 투자활성화 대책이 실제 목표를 이루기는커녕 역행하는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해야 할 일이 어렵다면 안 해야 될 일이라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제가 잘되면 모든 부작용은 완화시키거나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나 송현동 7성급 호텔 사례와 같이 과도한 규제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더이상 없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차기 변협포럼은 다음달 4일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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