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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회_해시태그]사패산을 오르며
노순일 변호사·경기북부회  |  nosoon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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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호] 승인 2017.11.20  10: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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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북 영천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경북대학교 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서울에서 법과대학을 다녔는데, 촌놈이 서울에 올라와서 문화적 충격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입주 아르바이트까지 가리지 않고 했습니다. 법 공부에는 별로 취미가 없어서 소위 리걸마인드도 미처 기르지 못하고 법대를 졸업하였습니다.

법대 졸업 5년 후에 28회로 겨우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연수원을 수료한 후, 1990년에 이렇다 할 연고가 없는 지방에서 단독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였습니다. 경영에 관하여는 아무 것도 모르던 때였으나, 그럭저럭 직원들 월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대한민국 법조의 분위기는 법과 시민이 따로 노는 어두운 현실이어서, 시민이 수사와 재판을 전적으로 신뢰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근 25년을 시골 변호사로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서울의 변두리로 오게 되니 심사가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입회 인사를 겸하여 2016년 10월 29일 토요일에 개최되는 경기북부회 하반기 회원 친목 등산대회에 참여하기로 하였습니다. 고맙게도 우리 변호사회의 김 총무과장님이 출근길에 제가 근무하는 남양주시 가운동에서 의정부까지 픽업을 해주었습니다.

유람 등산을 넘어 운동다운 등산을 별로 즐기지 않는데다가 등산을 더러 다닌 지도 10년 이상이나 지났으므로, 저는 제일 후미로 뒤쳐졌습니다. 초입을 조금 지났을 때 스틱을 쓰면서 천천히 오르고 있던 제1부회장 엄태영 변호사님을 만났는데 뒤쳐진 저를 친절하게 리드해주셨습니다. 그 젠틀한 인품이 영국 신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후 엄 변호사님은 10년 전에 고장 난 저의 네키 스틱을 훌륭하게 고쳐 주시기도 했습니다.

사패산은 의정부 시청 뒤에 있는 산으로서 해발 551미터에 불과하여 정상에 올랐다가 돌아오는 등반 시간이 3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전형적인 육산이었습니다. 정상이 드넓은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이 여기저기에서 사진도 찍고, 싸 온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자리가 넉넉해서 좋았습니다. 기념으로 정상 바위틈에서 거센 바람을 맞으면서도 자신을 낮춤으로써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 향나무도 찍었습니다. 뒷풀이 자리에서는 법제이사를 맡은 백철우 변호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해박한 사회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언변도 좋고 호탕하기도 해서 좌중을 압도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참 흥미롭고도 즐거웠습니다. 언젠가 교유하고 싶습니다. 참으로 즐겁고 흥겨운 자리였습니다. 우리 법조인 교육의 전통이 기형적이다 보니 철학, 역사, 사회과학을 깊이 몰라서 법률가를 지성의 변두리에 위치하게 만들었습니다.

작별을 고하는 인사를 드렸더니, 장철희 재무이사가 여비를 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세 번째 바꾸었는데 여비를 받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낯설던 의정부는 이렇게 이제 제 마음의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언제 한가하게 의정부에 올 때, ‘동네 변호사’를 자처하고 있는 이미연 변호사의 법률카페를 찾아 커피 한잔 하면서, ‘마을 살리기’에 관하여 현장의 체험을 들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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