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이 곳 청변카페에 기고했던 ‘국선전담변호사로서의 소회’에 덧붙여, 최근 업무 수행 중 느낀 바를 조금 더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 중 한곳이 소년형사사건을 많이 다루는 곳이기에, 저는 자연스럽게 소년범을 자주 접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많은 소년범을 접견하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소년범의 대부분이 자신의 범행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막연한 인식은 있으나 그 범행의 심각성이나 처벌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소년범 중에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됨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행동이 범행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때부터 죄의식을 갖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갖는 소년범들의 경우, 학교에서 적절한 법교육(law-related education)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행동이 갖는 형사법적 의미나 그 심각성을 사전에 충분히 학습하였다면, 범과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학교 교육과정상 초·중·고등학생에 대한 법교육(2007년 개정 및 2009년 부분 개정된 ‘법과 사회’ 교과목 기준)은 그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인데다가, 학습 범위가 법학개론에서부터 헌법, 민사법, 형사법에 이르기까지 너무 방대한 까닭에 수준에 맞는 실질적인 법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특히 형사법에 관한 내용은 절차법적인 측면에 치중한 나머지, 학습자가 해당 시기에 실제로 많이 저지르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범죄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학교에서의 법교육은 학습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보단 단지 난해한 암기과목 중 하나로만 인식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들어 소년범죄가 점차 잔혹해지고, 그 범행의 태양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년범의 범행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법교육이 학교 교육에서부터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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