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기사님에게 “법대로 가주세요”라고 부탁을 드릴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듭니다. 스스로를 법대생이라고 일컫기에는 아직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졸업장을 다른 학문으로 받은 탓인지, 법학은 아직까지 저에게 모국어가 아닌 제2외국어로 느껴집니다.

로스쿨 교수님들께서는 갓 입학했던 저희에게 학부에서 벗어나 법대생의 사고방식을 갖추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전 그 ‘리걸 마인드’를 갖췄는지 자문해봅니다. 먼저 리걸 마인드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꽤나 시간을 들여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리걸 마인드를 ‘현상을 분설하여 보는 능력’이라고 잠정적으로 정의하였습니다. 현상이 있으면 결론에 대한 확신에 휩싸이기 전에 적용 가능한 법조와 그 요건, 효과 등이 체계적으로 떠오르는 사고방식인 것이지요.

예컨대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저희 학생들은 이를 ‘법알못’이라고 부릅니다)이 한 현상을 보는 경우, “좋다” 혹은 “나쁘다” 등의 가치 판단이 뭉텅이째로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인터넷신문의 댓글들이 그 예입니다. 그에 비해 리걸 마인드를 갖춘 자는 판단에 앞서, 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법조와 그의 적용을 후루룩 떠올릴 것입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답을 찾는 과정 및 생각의 체계를 중시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다만 법대의 지식과 예전의 지식과 부딪힐 때 저의 리걸 마인드는 시험에 듭니다. 여러 기업 매수 방식 중 하나라고 당연하게 배웠던 LBO(차입매수)가 형법상 배임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당황했습니다. 또한 자기주식처분과 신주발행은 거의 같은 것으로 배웠는데, 법률상 취급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먼저 학부 시절에 배운 내용에 따라 심정적인 결론을 내놓고 법이 왜 이렇게 적용되고 해석되는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씩씩거렸습니다. 이러한 저의 모습은 결론에 막혀 요건 적용을 거부하는 것이기에 리걸 마인드가 퍽 부족한 모습입니다.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희망이 있습니다. 제가 예전의 지식에 침잠하여 논리적으로 사고하기를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법만을 배웠다면 당연하게 외울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법 도그마틱에 덜 빠지게 될 것이니까요. 이것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법조인으로 성장케 하는 로스쿨의 취지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다양한 문제의식을 담은 담론은 법을 더 발전시킬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도 리걸 마인드가 덜 자란 저의 모습에 지레 실망하고 풀 죽기보단, 겸허한 마음으로 법학에 정진해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도 부동산이 동산으로 변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법학 공화국의 시민권자가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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