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문학청년 에커만은 원고를 괴테에게 보냈다가 한 눈에 에커만의 재능을 알아본 괴테의 요구로 그의 만년의 비서가 되었다. 그는 괴테의 문집을 정리하며, ‘괴테와의 대화’라는 보석 같은 작품을 남겼다. 괴테도 에커만을 통하여 자신의 작품설명과 사상, 생생한 삶의 모습 그 자체를 후세에 남겼으니,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에게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괴테라는 천재가 살았었다는 사실에 외경심을 느낀다. 변호사로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에커만과 괴테가 서로 상대방의 글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다.

로펌은 규모와 형성과정에 따라 운영방법이 서로 다르면서도, 파트너와 소속변호사(이른바 ‘어쏘’)가 준비서면을 함께 작성하는 점은 어디나 마찬가지이다. 여러명의 변호사가 한팀이 되어 협업을 할 때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실질적인 토론과 퇴고가 가능하여야 한다. 팀을 짤 때는 첫째 사건의 성격과 변호사의 장점이 서로 잘 맞아야하고, 둘째 팀원 간에 서로를 존중하고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그것이 잘 되면 사건처리의 결과도 좋은 것 같다.

어쏘 Q의 경우를 보자. 신속성은 로펌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가치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일 처리가 늦은 어쏘들은 대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Q는 일 처리가 더딘 탓에 힘들어 하였다. 그가 완벽주의자임을 입사 시부터 알고 있었던 나는 그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Q를 인간적으로 신뢰하였다. Q의 성실함과 실력을 인정하는 나는 토론상대로서 그가 필요하였다. 나는 법리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나와 다른 파트너 변호사가 분담하여 가급적 그의 업무부담을 덜어주면서, Q에게는 철저하게 기록을 파악하도록 요구 하였다. 그리고 Q에게 내가 퇴고한 부분을 포함하여 다른 파트너가 쓴 부분에 대하여도 본인의 생각을 나한테만은 거리낌 없이 말하도록 독려하였다. 그 결과 그 후 몇년 동안 Q와 함께 한 사건은 전부 승소하였다. 나는 올해 성과가 좋은 편인데, 큰 묶음으로 3건의 민사소송에서 승소하였다. 그 3건 중 1건은 Q와 함께 하였다. 아마도 Q는 법인전체의 어쏘 중에서 최고의 기여를 하였을 것이다.

신속을 요하는 사건은 일처리가 빠른 변호사가 맡으면 된다. 그러나 큰 사건들일 수록 신속함보다는 정확함이 요구된다. 끝까지 파고들며 깊이 생각하는 그의 초고 중 일부는 그대로 판결문으로 옮겨도 좋을 정도였다. 승소 후 내가 감사인사를 하자, Q가 “변호사님은 기다려 주시잖아요. 제 의견도 잘 들어 주시구요”라는 것이었다.

인내와 경청은 나의 천성이고, 나는 사람과의 인격적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천재성을 알아 볼 수 있는 눈을 주시기를 항상 기도한다. 그리고 나보다 유능한 분들과 협력하여 혼자서는 할 수 없었을 일을 잘 처리하는데 나도 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때 희열을 느낀다. 무릇 천재는 극히 드물지만, 서너 사람이 진지하게 의논하면 대부분의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

인재선발과 고과에 관한 삼국시대의 유명한 논쟁과 관련하여 사마광은 자치통감에서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아주 정밀하고 미묘한 것이어서 ‘입으로 말할 수 없고, 글로 써서 전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에게 만남의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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